제목 | 마음은 간절한데 몸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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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3-07-11 | 조회수2,981 | 추천수33 | 반대(0) 신고 |
7월 11일 금요일 성 베네딕토 아빠스 기념일-마태오 10장 16-23절
"너희를 법정에 넘겨주고 회당에서 매질할 사람들이 있을 터인데 그들을 조심하여라."
<마음은 간절한데 몸이>
오늘 우리는 "서방 수도 생활의 사부"로 불리는 성베네딕토(480-547)의 생애를 기념하고 있습니다. 꽤 오래 전에 살다 가신 분이기에 그분의 생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지만, "기도하고 일하라"는 모토 아래 당시 흐트러졌던 수도생활을 쇄신시키는데 한 평생을 바친 하느님의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베네딕토는 이탈리아 움브리아 출신으로 로마에서 수학한 뒤 수비아코란 곳에서 은둔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베네딕토는 무엇보다도 철저하게 은둔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깊은 산중인 수비아코로 들어갔던 것입니다. 거기서 유일하게 베네딕토의 거처를 알고 있었던 로마노란 사람이 빵이 담긴 바구니에 줄을 매달아 그에게 내려다 주었습니다. 베네딕토은 아래로 내려온 아주 작은 빵조각으로 연명하면서 홀로 깊은 고독 속에 기도와 묵상에만 전념하였습니다.
베네딕토의 영적 생활이 얼마나 탁월했던지 사방에서 그의 영성을 따르려는 사람들이 몰려왔습니다. 그래서 그는 본의 아니게 공동 수도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지요.
더불어 그 즈음 베네딕토는 "이토록 황홀한 하느님 체험을 나 혼자만 누린다는 것이 얼마나 이기적인가?"하는 생각과 함께 자신이 체험한 바를 이웃들에게 나누어주려는 마음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저는 우연히 베네딕토회 소속 이태리 수사님 한 명을 알게 되어 베네딕토 성인이 최초로 수도생활을 시작하셨던 수비아코와 성인의 주도아래 건립된 몬테 카시노 수도원을 여러 차례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성인이 세우신 수도원의 규모나 건축구조의 견고함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습니다. 또 얼마나 높은 곳에 수도원에 자리잡고 있는지...또 얼마나 철저하게도 인간 세상과 격리되어 있는지...주변 정경이 얼마나 수려한지...기도가 절로 나올 분위기였습니다.
성베네딕토 성인전을 읽으면서 이런 느낌이 왔습니다. 성베네딕토는 교회의 쇄신을 위해 전 생애를 바친 희생 제물이라는 느낌 말입니다.
또한 철저하게도 하느님만을 찾고 하느님 안에 살기를 간절히 원했던 영적이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베네딕토는 끊임없이 홀로 깊은 산중으로 들어가기를 간절히 원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성덕이 워낙 출중했던 베네딕토를 사람들을 그냥 두지 않았던 것입니다.
당대 수도자들 역시 오늘 우리의 모습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마음은 간절한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 고질병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많은 수도자들이 처음 수도생활에 입문했을 때의 그 초심을 잃어버리고 안락함과 나태함에 물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철저하게도 하느님의 사람이었던 베네딕토의 눈에 이런 수도자들의 삶이 결코 용납될 수 없었습니다. 수도원 규율은 느슨해질 대로 느슨해졌습니다. 베네딕토는 자신이 구상한 회칙에 따라 철저한 개혁을 시작합니다.
한 두 번도 아니고 끊임없이 아픈 곳을 꼭꼭 찌르는 원칙주의자 베네딕토의 모습에 당시 수도자들은 혀를 내둘렀습니다.
이런 베네딕토와 사는 것이 너무도 팍팍하게 느껴졌던 동료 수도자들은 그를 독살시키려는 음모를 꾸미기도 하지요. 점심식사 때 베네딕도가 마실 포도주에 독약을 타서 마시게 하였는데, 베네딕토는 평상시 늘 하던 대로 포도주 잔에 십자가 표시와 함께 강복을 했었는데, 그 순간 잔은 돌에 맞은 것처럼 깨어졌다고 합니다.
이토록 베네딕토의 삶은 수도생활 쇄신과의 끊임없는 투쟁의 연속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셀 수도 없이 많은 고통과 박해를 견뎌내야만 했습니다. 그 고통이 무엇보다도 동료 수도자들로부터 온 것은 참으로 견뎌내기 어려운 아픔이었습니다.
수많은 세월이 흐른 아직도 동료수도자들을 향한 베네딕토의 안타까운 절규는 우리들의 가슴을 울립니다.
"나의 사랑하는 수도공동체 형제들이여, 우리 서로 먼저 존경합시다. 서로의 약점들을 지극한 인내로 참아 견딥시다. 서로 다투어 복종합시다. 아무도 자신에게 이롭다고 생각하는 것을 따르지 말고 오히려 남에게 이롭다고 생각하는 것을 따르도록 합시다. 형제적 사랑을 드러냅시다. 하느님을 사랑하며 두려워합시다. 그리스도보다 아무도 더 낫게 여기지 마십시오. 그분은 우리를 다 함께 영원한 생명으로 인도하실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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