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영혼의 쉼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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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봉순 | 작성일2003-07-21 | 조회수1,520 | 추천수8 | 반대(0) 신고 |
보던 책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고, 며칠 째 마음이 허공에 떠 있습니다. 생활고로 세 자녀와 동반자살을 한 젊은 여인, 지하 공사장에서 일하다 본드에 질식해 숨진 남편과 아들의 영정 앞에 오열하는 한 어머니의 모습이 어른거려서입니다. 그리고 단란했던 성가정들이 갑자기 당하는 불행에 힘겨워 하는 모습도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약자가 외치는 외마디의 절규는 하늘에서만 접수를 합니다. 그러나 분명히 응답하시는 하느님의 음성을 듣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요나가 큰 바닷괴물의 뱃속에서 삼 주야를 보냈던 같이 사람의 아들도 땅 속에서 삼 주야를 보낼 것이다." (마태 12, 40) 하신 어둠의 시간이 그들에게도 엄습해 올 것입니다. 이런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그 시간을 함께 해주는 곳이 교회이며 이웃인 형제자매들 입니다.
생활고는 참으로 견디기 힘듭니다. 평생 나에게는 그런 불행은 오지 않으리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몰아닥친 재난을 겪으며 요즘 누리는 평화가 내면에 자리잡기까지는 무려 이 십여년이 걸렸습니다.
그 동안 아버지의 품인 교회와 따뜻한 마음을 가진 형제자매들이 함께 해주었기에 이제는 상위의 가치인나눔에 이모저모 작은 마음들을 쏟고 있습니다. 사랑, 물질, 재능 모두가 다 그렇습니다. 적어도 내가 받은 만큼의 얼마만이라도 돌려주고 이 세상을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부족하나마 이런 체험적인 글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왠지 소극적인 이런 일보다 밖으로 뛰쳐나가 젊은 엄마들을 억지로라도 교회로 끌고 와 입교시키는 적극적인 선교의 대열에 끼고 싶습니다. 거리에서 예수를 믿어야 구원이 있다고 외치는 이들이 조금은 이해가 갑니다. "사람을 죽이지 마라."는 십계명을 어기면 대죄가 된다는 것을 아는 엄마였더라면 어린 자녀들을 자기의 소유물로 여겨 하느님께서 주신 생명을 좌지우지 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무지에서 빚어진 그녀의 사랑 법이 자기가 낳은 자식을 셋씩이나 죽게하는 그런 엄청난 결과를 가져 온 것입니다.
이 책임이 나에게도 있다고 느껴지는 오늘, " 이 악하고 절개 없는 세대가 기적을 요구하지만 요나의 기적밖에는 따로 보여 줄 것이 없다." (마태 12, 39)는 주님의 말씀이 더 절실한 속죄의 길로 나를 이끄십니다. 이 길이 바로 내 "영혼의 쉼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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