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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성 알폰소 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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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3-08-01 조회수1,534 추천수13 반대(0) 신고

◎ 2003년 8월 1일 (금) - 연중 제17주간 금요일

 

▣ 성 알폰소 마리아 데 리구오리 주교 학자 기념일

 

오늘 교회는 이탈리아 리구오리 가문의 "알폰소 마리아"(1696-1787) 성인의 축일을 기념한다. 당시 나폴리 왕국에서 태어난 알폰소는 자신의 총명한 두뇌와 지혜로 1713년 17세의 어린 나이에 나폴리대학에서 교회법과 민법 박사학위를 취득하여, 왕국의 법률가와 검사로 활동한다. 1726년 알폰소는 자신의 화려한 직업을 청산하고 사제의 길을 택한다. 그를 사로잡았던 것은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루가 4,18) 구속자로서의 예수 그리스도였다. 구속자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과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복음선포의 열정으로 알폰소는 1732년 "지존하신 구세주 수도회"(Congregatio Sanctissimi Redemptoris: C.Ss.R.), 즉 "구속주회"를 창설하고, 이 수도회를 영원하신 도움의 성모 마리아께 봉헌한다. 알폰소와 모든 회원의 이름에 "마리아"가 붙은 것은 그 때문이다.

 

구속주회의 기본정신은 가난하고 버림받은 이들에게 그리스도처럼 복음을 전하는 일이다. 알폰소 스스로 동료들과 함께 온 이탈리아를 두루 다니며 그들에게 봉사하며 복음을 전했다. 1762년 산타 아가다 교구의 주교에 임명된 알폰소는 교구민 전체의 종교적 쇄신을 위해 힘쓴다. 1775년 교구장 직분을 사임하고 파가니(Pagani) 수도회로 돌아가 삶을 정리한다. 알폰소 성인은 71세부터 목이 구부러지는 불치의 병인 루머티즘을 얻어 육체적인 고통과 구속주회의 내분(內紛)으로 정신적인 고통으로 말미암아 비교적 불행한 말년을 지내다 1787년 8월 1일 세상을 떠났다.  

  

알폰소는 좋은 설교뿐 아니라 영신수련, 교의신학, 윤리신학, 사목신학 등 다양한 분야에 많은 저서를 남겼다. 그의 설교와 저서에는 한결같이 구속주에 대한 사랑이 쓰며들어 있다. 알폰소 성인은 구속주회, 고해사제, 윤리신학자들의 수호성인으로 통한다. 1950년 교황 비오 12세는 성인을 윤리신학의 수호자로 선포하였다. 그것은 성인께서 생전에 얀세니즘(Jansenism, 네덜란드의 가톨릭 신학자 K. 얀세니우스가 주창한 학설로서 르네상스와 인문주의에 반대하여 엄격한 윤리에로의 복귀를 주장하고, 인간본성과 자유의지에 대한 비관적 입장을 보였다)의 엄격주의에 맞서 윤리신학의 해방을 위해 투쟁했기 때문이다. 알폰소 성인은 율법에 얽매인 엄격주의보다 가난한 이들에 대한 그리스도의 사랑과 자비와 친절을 더 강조하였던 것이다. 성인께서 남긴 저서 중 "마리아의 영광"과 "축복 받은 성찬에의 초대"는 대단한 걸작에 속한다.

 

[오늘의 복음]  마태 13,54-58

<저 사람은 목수의 아들이 아닌가? 그런데 저런 모든 지혜와 능력이 어디서 생겼을까?>

 

그 때에 예수께서 54) 고향으로 가셔서 회당에서 가르치셨다. 사람들은 놀라며 "저 사람이 저런 지혜와 능력을 어디서 받았을까? 55) 저 사람은 목수의 아들이 아닌가? 어머니는 마리아요, 그 형제들은 야고보, 요셉, 시몬, 유다가 아닌가? 56) 그리고 그의 누이들은 모두 우리 동네 사람들이 아닌가? 그런데 저런 모든 지혜와 능력이 어디서 생겼을까?" 하면서 57) 예수를 도무지 믿으려 하지 않았다.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어디서나 존경을 받는 예언자도 제 고향과 제 집에서만은 존경을 받지 못한다" 하고 말씀하셨다. 58) 그리고 그들이 믿지 않으므로 그 곳에서는 별로 기적을 베풀지 않으셨다.◆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산책]  꽃다발 대신 푸대접의 원인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고향방문기를 들려준다. 마태오는 마르코의 원전(마르 6,1-6)을 옮겨 쓰면서 약간의 수정을 가했다.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장황한 비유설교를 마치신 예수께서는 호수에서 서쪽으로 30Km 떨어진 고향 나자렛을 방문하신 것이다. 이는 예수께서 고향을 떠나 요르단에서 세례를 받고 갈릴래아 전지역을 두루 다니시며 복음을 선포한 지 3년만에 이루어진 첫 방문이다. 물론 나자렛 사람들도 예수님의 가르침과 행적을 전해 들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고향사람들은 "예수가 미쳤다는 소문"도 들었고, 그래서 예수의 가족들과 친척들이 예수를 붙들러 나서기도 했다.(마르 3,21) 한번은 예수께서 한참 설교를 하고 계셨는데, 예수의 어머니와 형제들이 찾아와 예수를 불러달라고 청했지만, 그들은 "누가 내 어머니이며, 내 형제들인가?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이다"(마태 12,46-50; 마르 3,31-35) 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물러가야 했었다.

 

오늘 고향을 방문한 예수님께 나자렛 사람들이 준비한 것은 축하의 꽃다발이 아니라 푸대접과 불신(不信)이었다. 회당에서 예수님의 가르침을 들은 고향사람들이 처음에는 놀라움을 표하지만 그 놀라움은 예수께 대한 불신과 거부로 변한다. 그것은 그들이 예수라는 인물과 그분의 인격을 서로 떼어놓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예수께서 지니신 지혜와 능력 자체는 인정되지만 그것을 예수라는 인물과 결부시킬 수는 없다는 그들의 고집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들의 생각은 예수가 평범한 목수의 아들이요, 그들과 같은 범인(凡人)이라는 범주 안에만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좋은 지식과 지혜와 능력은 객관적으로도 존재한다. 오늘날 첨단 과학이 가져다 준 컴퓨터의 기술이 바로 그렇다. 사람들은 컴퓨터 안에 모든 지식과 지혜와 능력이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들이 원초적으로는 사람 안에 들어 있었던, 사람의 주관적인 인격이 일구어낸 것임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예수님의 인물을 배제한 그분의 객관적인 가르침과 업적만을 믿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인물과 인격, 즉 예수님 전체를 믿는 것이다.  

 

오늘 축일을 맞는 알폰소 성인의 설교를 들은 누군가가 그 자리에서 성인께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당신의 설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당신은 자신을 잊고 예수 그리스도를 설교하십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설교한다는 것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입으로만 전한다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예수 그리스도처럼 사는 것을 말한다. 알폰소 성인이 자신의 삶으로 가르침을 보여주었듯이 예수께 대한 믿음은 그분의 가르침을 삶으로 보여주는 것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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