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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주님거룩한변모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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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3-08-06 조회수1,447 추천수12 반대(0) 신고

◎ 2003년 8월 6일 (수) - 주님 거룩한 변모 축일

 

▣ 주님 거룩한 변모 축일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은 예수께서 곧 다가올 자신의 수난과 죽음을 앞두고 선별된 제자들(베드로, 야고보, 요한) 앞에서 당신의 신적 영광을 미리 보여 주신 사건을 기념하는 날이다. 오늘 축일은 예수께서 부활 후에 받게 될 영광의 모습을 선취(先取)한 자기계시적 사건으로서 공관복음서 모두가 보도하고 있다.(마태 17,1-9; 마르 9,2-10; 루가 9,28-36) 오늘 축일의 기원은 정확하지는 않으나 6세기경부터 동방교회에서 기념하기 시작하였고, 서방교회에서는 1457년 교황 갈리스토 3세(1455-1458) 때에 보편 교회의 축일로 제정되었다. 이는 1456년 터키 이슬람교도와의 벨그라드 전투에서 거둔 승리에 대한 감사로 제정된 것이었다.

 

[오늘의 복음]  마르 9,2-10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다.>

 

2) 예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만을 따로 데리고 높은 산으로 올라가셨다. 그 때 예수의 모습이 그들 앞에서 변하고 3) 그 옷은 세상의 어떤 마전장이도 그보다 더 희게 할 수 없을 만큼 새하얗고 눈부시게 빛났다. 4) 그런데 그 자리에는 엘리야가 모세와 함께 나타나서 예수와 이야기하고 있었다.

5) 그 때 베드로가 나서서 "선생님, 저희가 여기서 지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여기에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선생님을 모시고 하나는 모세를, 하나는 엘리야를 모셨으면 합니다" 하고 예수께 말하였다. 6) 베드로는 다른 제자들과 함께 겁에 질려서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라 엉겁결에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

7) 바로 그 때에 구름이 일며 그들을 덮더니 구름 속에서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잘 들어라" 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8) 제자들은 곧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예수와 자기들밖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9) 산에서 내려오시면서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사람의 아들이 죽었다 다시 살아날 때까지는 지금 본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하고 단단히 당부하셨다. 10) 제자들은 이 말씀을 마음에 새겨 두었다. 그러나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다는 말씀이 무슨 뜻인지 몰라서 물어 보았다.◆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산책]  함구령의 진정한 의미?

 

우리가 알고 있는 공관복음은 마태오복음, 마르코복음, 그리고 루가복음으로서 대체로 마르코복음의 내용과 구조를 따르면서 예수어록과 각자의 특수사료를 바탕으로 편집한 복음을 말한다. 공관복음사가들은 이미 주어져 있는 예수님의 역사적 행적과 가르침을 놓고 자신의 의도와 목적에 따라 복음서를 편찬하였던 것이다. 오늘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에 관한 복음에 있어서도 세 복음서가 같은 사건을 다루고 있으나, 이 사건을 통하여 말하고자 하는 바는 조금씩 다르다. 그것은 보통 원전(原典)을 놓고 수정, 변질, 첨가, 삭제 등의 방식으로 가능했다.

 

오늘 복음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앞서간 부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관복음서가 다른 부분에서는 예수님의 같은 행적과 가르침을 근거로 저자의 독창적 구상을 따라 전개되고 있지만, 오늘 복음의 도입부는 거의 같은 순서를 따르고 있다. 그것은 <베드로의 메시아 고백> -> <수난과 부활에 대한 첫 번째 예고> -> <예수 추종의 길> -> <종말의 시기에 관한 토막어> -> <주님의 영광스러운 변모 사건> 의 순서이다.(마태 16,13-17,9; 마르 8,27-9,10; 루가 9,18-9,36) 이렇게 전개하는 순서는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 내용은 조금씩 다르다. 오늘 거룩한 변모에 관한 복음도 그렇다. 마태오는 마르코의 원전(마르 9,2-10)을 베끼면서 베드로와 제자들의 위상(位相)에 흠집이 날만한 구절들, "베드로는 다른 제자들과 함께 겁에 질려서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라 엉겁결에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6절)와 "제자들은 이 말씀을 마음에 새겨 두었다. 그러나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다는 말씀이 무슨 뜻인지 몰라서 물어 보았다"(10절)는 부분을 삭제해 버렸다. 마태오와 마르코는 예수께서 베드로, 야고보, 요한만을 따로 데리고 높은 산으로 올라가 자신의 변한 모습(얼굴과 옷)을 보여주었다고 하는데, 루가는 이들을 데리고 기도하러 산으로 올라가셨고, 예수께서 기도하시는 동안에 모습이 변했다고 기록함으로써 저자 특유의 의도를 살리고 있다.

 

예수의 일행은 갈릴래아 호수 주변의 여러 마을을 두루 다니시다가 필립보의 가리사리아에 도착한다. 필립보의 가이사리아는 헤로데 대왕의 아들 헤로데 필립보가 세운 도시로서 호수에서 북쪽으로 약 40Km 떨어진 곳이다. 여기서 베드로는 제자들을 대표하여 예수님을 메시아로 고백한다. 이 고백부터 이어지는 대목이 오늘 복음과 깊이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베드로의 고백이 겉으로는 정확하고 장황하나 그 실속은 형편없다.(마르 8,32-33) 베드로와 제자들은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의 예고를 통하여 자기들이 고백한 메시아가 어떤 길을 가야하는 것임을 알아야 했고, 그 길이 곧 자신들 또한 가야할 길임을 알아야 했다. 예수님은 메시아이시지만, 사람의 아들로서 고통받고 죽어야 하며, 그러나 다시 부활하여 하느님 지존의 영광을 드러내는 주님으로 우뚝 서게 되실 것임을 제자들에게 순서대로 가르쳐주시는 것이다.

 

이제 예수께서는 제자들을 높은 산으로 데리고 가신다. 이 산은 필립보의 가이사리아 도시가 헤르몬 산맥 아래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헤르몬 산이나 그 산맥에 속하는 산일 것이다. 여기서 예수께서는 자신의 신적 영광을 보여 주신다. 이 영광을 체험할 수 있는 특권은 특별히 뽑힌 베드로, 야고보, 요한에게만 허락되었다. 예수께서는 인간의 말씀으로만 가르치시는 것이 아니라 말씀하신 내용을 실제로 보여주시는 것이다. 말하자면 예수께서 이론적 가르침을 뒤받침 할만한 일종의 산 체험이나 견학 내지는 실습을 준비하신 것이다. 세 명의 제자들은 자신의 눈으로 보고(거룩하게 변한 예수님의 얼굴과 옷), 자신의 귀로 들으면서("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잘 들어라") 예수에게 감추어진 신적 품위를 얼마동안 향유할 수 있었다. 그 자리에 나타난 모세(출애 33,18-23)와 엘리야(1열왕 19,9-13)도 거룩한 산에서 하느님을 체험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자신의 믿음을 감사해야 할 사람들이다. 그러나 구름이 일자 그들은 사라지고 예수님만 남게 된다. 구름 속에서 들려오는 (하느님의) 말씀은 예수님만이 하느님의 사랑 받는 아들이며, 제자들은 그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예수님은 구약의 모든 율법(모세)과 예언(엘리야)의 성취자로 계시되며, 세상 끝 날까지 예수님 홀로 제자들이 들어야 하는 주님으로 계시된 셈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사람의 아들이 죽었다가 부활할 때까지는 철저하게 함구(緘口)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말로 이야기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참다운 제자 됨의 추종으로 살아야 하고 증거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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