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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성 비오 10세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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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3-08-21 조회수1,630 추천수14 반대(0) 신고

◎ 2003년 8월 21일 (목) - 성 비오 10세 교황 기념일

 

▣ 성 비오(1835-1914) 10세 교황

1903년 교황선거를 위해 왕복표를 가지고 베네치아를 떠나 로마로 향했던 요셉 사르토는 결코 돌아오지 못했다. 스스로가 교황에 선출되었던 것이다. 비오 10세 교황은 1835년 이탈리아의 트레비소 근처 리에세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파두아에서 공부를 하고 1858년 사제가 되어, 1875년 트레비소 주교좌 주임과 1884년 만투아의 주교를 거쳐 1893년 베네치아의 총대주교에 올랐다. 겸손하고 부족한 마음으로 교황직을 받아들인 비오 10세 교황은 "모든 것을 그리스도 안에서 새롭게" 라는 모토를 내걸고 전례, 교회법, 성서신학 등 많은 분야에 쇄신작업을 시도하였다. 당대의 새로운 사조였던 "근대주의"의 오류들에 대항하여 교회의 보고(寶庫)를 수호하였고, 그의 인자함과 순수함은 비신자들을 감동시켰다. 성인은 1914년 8월 20일 세상을 떠났고, 비오 12세 교황(1939-1958)에 의해 1954년 시성되었다.

 

[오늘의 복음]  마태 22,1-14

<아무나 만나는 대로 잔치에 청해 오너라.>

 

  그 때에 1) 예수께서 또 비유를 들어 대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에게 말씀하셨다.

2) "하늘 나라는 어느 임금이 자기 아들의 혼인 잔치를 베푼 것에 비길 수 있다. 3) 임금이 종들을 보내오 잔치에 초청 받은 사람들을 불렀으나 오려 하지 않았다. 4) 그래서 다른 종들을 보내면서 ’초청을 받은 사람들에게 가서 이제 잔칫상도 차려 놓고 소와 살진 짐승도 잡아 모든 준비를 다 갖추었으니 어서 잔치에 오라고 하여라’ 하고 일렀다. 5) 그러나 초청 받은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어떤 사람은 밭으로 가고 어떤 사람은 장사하러 가고 6) 또 어떤 사람들은 그 종들을 붙잡아 때려 주기도 하고 죽이기도 했다. 7) 그래서 임금은 몹시 노하여 군대를 풀어서 그 살인자들을 잡아죽이고 그들의 동네를 불살라 버렸다. 8) 그리고 나서 종들에게 ’혼인 잔치는 준비되었지만 전에 초청 받은 자들은 그만한 자격이 없는 자들이었다. 9) 그러니 너희는 거리에 나가서 아무나 만나는 대로 잔치에 청해 오너라’ 하고 말하였다. 10) 그래서 종들은 거리에 나가 나쁜 사람 좋은 사람 할 것 없이 만나는 대로 다 데려 왔다. 그리하여 잔칫집은 손님으로 가득 찼다.

11) 임금이 손님들을 보러 들어갔더니 예복을 입지 않은 사람이 하나 있었다. 그를 보고 12) ’예복도 입지 않고 어떻게 여기 들어 왔소?’ 하고 물었다. 그는 할 말이 없었다. 13) 그러자 임금이 하인들에게 ’이 사람의 손발을 묶어 바깥 어두운 데 내어쫓아라. 거기서 가슴을 치며 통곡할 것이다’ 하고 말하였다. 14) 부르심을 받은 사람은 많지만 뽑히는 사람은 적다." ◆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산책]  예복을 준비하라

 

  예수께서는 요르단강을 따라 여러 마을들을 거쳐 예리고(요르단강 서쪽 10Km, 예루살렘 북동쪽 36Km)를 지나(마태 20,29) 예루살렘에 들어오셨다. 예수님의 대담 상대자는 이제부터 이스라엘 백성의 지도자들인 원로들과 대사제들이다. 오늘 복음은 예수께서 바로 이들에게 들려준 "혼인잔치의 비유"이다. 마태오복음에 의하면 나귀를 타고 군중의 환호를 받으며 성대한 행렬을 통하여 예루살렘에 입성하신(21,1-11) 예수께서는 예루살렘 성전을 정화하신 일(21,12-16) 때문에 이미 백성의 지도자들과 한바탕 대립을 벌였다(21,23-27). 이어서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두 개의 비유를 들려주신다. 숨을 돌릴 틈도 없이 또다시 "혼인잔치의 비유"가 잇따른다. 이 비유가 오늘의 복음이다. 이 시점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정리를 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마태오복음 20장부터 22장까지에서 모두 네 개의 비유를 대면한다. 그것은 예수께서 예루살렘 상경 중에 제자들을 상대로 말씀하셨던 ① "포도원 일꾼의 비유"(20,1-16), 예루살렘에 와서 백성의 원로들과 대사제들에게 들려주신 ② "두 아들의 비유"(21,28-32), ③ "포도원 소작인의 비유"(21,33-43), 그리고 ④ "혼인잔치의 비유"(22,1-14)이다. 네 개의 비유는 모두 하늘나라에 관한 은유법이다. 그런데 비유내용의 강도에 주의해야 한다. "포도원 일꾼의 비유"에서는 하느님 나라에 구약의 백성과 신약의 백성 모두가 초대되어 똑같은 차원의 후한 대접을 받지만, "포도원 소작인의 비유"와 오늘 "혼인잔치의 비유"에서는 구약의 백성들이 대접을 받기는커녕 이미 차지한 특권마저 빼앗기고 추방당하는 모습을 보게된다. 물론 그 잘못과 책임은 백성의 지도자들 측에 있다. 오늘 복음이 들려주는 "혼인잔치의 비유"에서는 구약의 백성들이 맞이하게 될 종말의 심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이는 다른 복음서에 비해 마태오가 특별히 강조하는 부분이다.

 

  오늘 복음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부분은 임금이 자기 아들의 혼인을 위해 베푼 잔치에 초대받은 사람들이 제각기 변명과 이유를 둘러대고는 오기를 거부하자, 임금이 종들을 보내어 아무나 불러들여 잔칫집을 가득 채운다.(1-10절) 이 대목을 거듭 읽어보면 이스라엘의 역사와 딱 맞아떨어짐을 알 수 있다. 하느님께서 구약시대에는 예언자들, 신약시대에는 사도들을 통하여 당신의 구원계획을 알렸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그들을 배척했고 때로는 죽였다. 이에 대한 하느님의 정의는 실제로 기원후 70년 로마군인들이 이스라엘 백성들을 살육하고 성전을 불태우는 사건으로 드러났다. 그들이 구원받을 자격을 스스로 상실한 셈이다. 이렇게 이스라엘의 역사는 비극으로 끝나지만 하느님께서는 새로운 역사의 문을 여시는 것이다. 임금의 종들이 거리로 나가 아무나 잔치에 초대한다는 것은 유다인이나 이방인이나 선인이나 악인이나 할 것 없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하느님 나라의 초대를 받았음을 의미한다.

 

  둘째 부분은 임금이 손님으로 가득 찬 잔칫집을 돌아보다가 예복을 입지 않은 사람을 집어내어 추방하는 장면이다.(11-14절) 이렇듯 길바닥에서 아무렇게나 초대해온 사람들로부터 "예복"을 운운하는 임금의 처사는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비유의 사실적 표현에서 눈을 떼어 비유의 우의적 표현으로 시선을 옮겨야 한다. 여기서 예복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것은 외적 치장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에 합당한 내적 자질을 말한다. 이는 곧 예수께서 내리신 산상설교의 가르침으로 무장된 정신이다. 이 정신은 단순히 "굳게 마음먹음"이 아니라 "실제로 행함"이요 "덕행의 열매"를 말한다. 교회는 거룩하나 그 안은 별의별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이는 종말에 이르기까지 그럴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종말이 오기 전에 "예복"을 잘 갖추어 입어야 한다는 것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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