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탈랜트와 달란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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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마남현 | 작성일2003-08-30 | 조회수1,611 | 추천수10 | 반대(0) 신고 |
[탈랜트와 달란트]
내 군대 동기중에는 탈랜트가 한명 있다. 탈랜트라고 하지만 아직껏 단역이 전부인 소위 무명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군대시절 잠시 근무한적이 있는 그 동기는 어찌나 재능이 많은지,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철철 넘치는 유머, 남의 흉내등 만능 끼가 있는 적어도 우리가 보기에는 성공할 탈랜트로 보였다. 그렇게 재능이 많은 동기가 15년 넘게 무명생활만 한다고 하니 운이 없으리라 생각을 해보지만, 가끔 만나서 이야기를 해볼테면 본인은 아직도 탈랜트 재능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정상에 우뚝 서있는 탈랜트는 얼마나 재능이 많을까 싶다.
몇년전에 결혼을 해서 화제가 된적이 있는 가톨릭 신자인 탈랜트 S양의 기사가 실린 잡지를 이번에 우연히 본적이 있다. 성당에는 시간 나는대로 다니긴 하지만, 아직껏 봉사를 한다거나 신심단체 가입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전례부, 성가대, 홍보 봉사단체에서 여러차례 가입 신청이 있었으나 성당에서 만큼은 탈랜트 기질을 발휘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우리 레지오팀에는 베드로형제님이라고 있다. 오래전부터 몸이 불편하신 어머니와 선천성 장애를 지니고 있는 동생 뒷바라지를 하다보니 지금 나이 38살이 되어서도 결혼도 못하고 있다. 자주 어울리면서 느끼는 일인데 베드로형제는 소위 탈랜트 기질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내성적이라 누구 앞에서 이야기도 잘 못하고, 술담배도 일체 하지 않고, 노래는 정말 음치이고, 몸이 좋지 않아서 식성도 까다로운 편이고, 그래서 누구와도 쉽게 어울리지 않은 형제님이다. 하지만, 베드로형제님은 관내에 있는 독거노인요양소에 5년째 봉사를 하고 있다. 장한 청년상으로 교구와 청년 잡지에 실린적도 있을 정도이다. 가끔 요양소에 가서 본 베드로형제는 밖에서 본 것과는 사뭇 달랐다. 남들앞에서 이야기도, 웃기기도 못하는데 그곳 요양소 노인들 앞에서는 싹싹하게 얘기도 잘하고 미소 지으면서 웃기기도 잘하고 그곳에서는 어느 탈랜트 부럽지 않게 인기 최고 만점이었다.
"네가 작은 일에 충성을 다하였으니 이제 내가 큰 일을 너에게 맡기겠다. 자, 와서 네 주인과 함께 기쁨을 나누어라.`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달란트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누구에게나 그에 맞는 달란트를 주신다는 것입니다. 달란트의 크고 적음 보다는 수고와 노력으로 하느님의 사업에 얼마만큼 충실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앞에서 보듯이 탈랜트는 어느 누구보다도 재능이 많은 사람들이라 생각이 들어 집니다. 탈랜트가 되기 위해서 개인의 노력이 있어야 하겠지만, 선천적으로 그 끼가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그 끼는 하느님께서 주신 것이라 믿어봅니다.
그렇지만 그 재능이 하느님을 위해서 쓰여지지 않고 세속의 인기 영합이나 개인 명예에 쓰여진다면 아무리 가톨릭 신자라 할지라도 달란트가 아니라 세속의 탈랜트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그런 측면에서 베드로형제는 탈랜트 기질이라고는 하나도 없지만 하느님 사업에 충실하게 묵묵히 노력함으로써 진정 탈랜트가 아닌 오늘 복음에서 말씀하신 달란트와 작은 정성의 의미를 우리에게 일깨워 주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 신앙인은 세례를 받고 하느님의 자녀로 거듭 태어났습니다. 그러면서 누구에게나 세속적인 탈랜트이든, 아니면 그것이 재능이든지간에 하느님께로부터 달란트를 받았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지금 이시간 하느님께서 나에게 주신 달란트가 잠자고 있지 않은지?, 아니면 게으름과 나태함으로 쉬고 있지 않은지? 출근길에 묻고 또 묻기를 반복하면서 베드로형제님의 달란트 기질을 배우고 싶습니다.
<말씀으로 하나되어 - 마스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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