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때가 낀 묵주반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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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마남현 | 작성일2003-09-13 | 조회수1,887 | 추천수14 | 반대(0) 신고 |
[때가 낀 묵주반지]
오늘 복음에서 십자가와 구리뱀의 대목을 묵상하면서 생각나는 일이 있다.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는 지난 6월 퇴근하는 전철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날도 예외없이 인천으로 가는 전철은 만원이었다. 개봉역을 지나서 조금 한산해서 옷무새도 고치고 신문을 볼려고 할 참이었다.
그때였다. "주 예수를 믿으라, 구원을 얻으리라, 예수를 믿지 않으면 지옥행이니라, 모세시대에도 구리뱀을 쳐다보지 않은 사람은 다 멸망하여 지옥으로 갔느니라" 전철을 타본 사람이면 아마도 짐작이 가는 일일게다. 붉은 십자가를 높이 쳐들고 <예수 천국, 불신 지옥>푯말을 사람들 면전에 대고는 두명이 소리를 연신 연신 질러대는 것이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더운 날씨에 하루종일 근무에 찌들린 퇴근길 시민들, 한마다씩 하기 시작했다. 너나 예수믿고 천국에 가면 될 것이지 여기까지 와서 불편하게 하느냐고 말이다. 개신교에서 갈라져 나간 어느 종파의 신자들이었던 것 같다.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나는 십자가가 그때같이 챙피하게 느껴본적은 여태 없었던 것 같다. 눈에 확 띄게 아주 크게 그리고 붉에 칠한 십자가가 말이다.
레지오 단장인 나는 전철에서 빠져나와 서둘러 레지오 주회합을 위해서 성당으로 향했다. 조금전에 있었던 일을 까마득히 잊어 버린채 묵주기도 5단을 바쳤고 이어서 한주간 활동을 보고하는 시간이 되었다. 우리 단원중에는 무의탁 노인들을 위해서 요양소에 가서 자주 봉사를 하는 분이 계신다. 보고 할 때마다 그 형제님은 이런 일을 세상에 드러내기 싫다며 짧게 보고를 해 버리고 만다. 그날도 그렇게 작은 목소리로 몇 번의 봉사만 했을 뿐이라 한다. 그때였다. 직업상 기름때가 묻어 있는 형제님 손가락에 낀 묵주반지가 번쩍거리는게 아닌가? 아주 작지만 십자가도 선명하게 보이면서 말이다. 전철안에서 보았던 큰 십자가와 비교되는 순간이었다.
"하늘에서 내려 온 사람의 아들 외에는 아무도 하늘에 올라 간 일이 없다. 구리뱀이 광야에서 모세의 손에 높이 들렸던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높이 들려야 한다
오늘은 7세기경부터 전해 내려온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기념하는 ’성 십자가 현양 축일’입니다. 신앙생활을 한다는 것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상에서 우리를 위해서 돌아가신 구원의 역사를 믿고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날 퇴근길 전철안에서 큰 십자가를 앞세우며 남을 불편하게 하고, 말로만 떠들었던 위선자 같은 사람보다는, 어려운 환경중에도 무의탁 노인들을 위해 묵묵히 봉사하는, 그러고도 한없이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는, 비록 때가 낀 묵주반지를 한 형제님의 모습이지만, 오늘 십자가 현양 축일을 맞은 우리에게 예수님께서 짊어지셨던 십자가를 따르는 길이고,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참된 신앙인의 모습임을 가르쳐 주고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통신성서모임 마스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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