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니 와 맨날 나를 놀리는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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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우진 | 작성일2003-10-02 | 조회수1,767 | 추천수27 | 반대(0) 신고 |
아이들과 축구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운동장 한쪽 구석에서 큰 소리가 나는 것이 누군가 싸우는 것같았다.
다가가보니 4학년 녀석과 3학년 녀석이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서로 한 마디로 안질려고 하는 모습이 웃기기도 하였다.
경상도 아이인 4학년 아이가 "니 와 맨날 나를 놀리는데?"
3학년 아이는 빈정거리는 투로 "맨날은 아닌데?"
"어쨌든 내가 경고했나 안했나? 10번이나 경고했다 아이가! 맞제?"
그러더니 급기야는 소리를 지르고 주먹 싸움이 일어날 기세였다. 난 아이들을 갈라서 나의 양옆에 앉혔다. 그리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서운한 점이 있었고 오해도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을 다시 마주 보게 한 후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게 하였다. 물론 규칙은 천천히, 다른 사람말 자르기 없기 였다. 아이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터놓았고 난 옆에서 조용히 땅을 바라보면서 웃고 있었다.
그러다 장난 삼아 "사투리로 말하지 말고.." 라고 말하자
경상도 아이는 "사투리 아인데요?" 라고 사투리로 대답했다. 난 웃음이 나와서 뒤로 넘어질 뻔했다. "그래,그래 지금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
서로의 말 안에서 놓친 감정들을 일깨워주자 서로에게 사과하라는 말도 없었건만 아이들은 서로 일어나 마주 보며 "미안해"를 연발하는 것이었다. 물론 4학년 아이가 먼저 시작했다. "갱상도 싸나이여서 그런가?" 하는 장난 섞인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난 서로 껴안아 줄 것을 권유했고 아이들은 어깨동무와 손잡고 가기를 반복하며 집으로 들어왔다. 난 참으로 행복했다.
인간들 사이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서로를 미워하고, 배척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들도 어쩌면 쉽게 지나가는 것들이리라.
그 지나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가슴속에 담아둔 채 자유롭지 못하게 살아가게 될 때 우리는 진정한 ’받아들임’을 행할 수 없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예수님께서 오늘 복음 안에서 코라진과 베사이다, 가파르나움에 대한 질타를 행하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수님에 대한 진정한 ’받아들임’을 행하지 않는 그들을 말이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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