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새벽미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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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3-10-17 | 조회수3,267 | 추천수31 | 반대(0) 신고 |
10월 18일 토요일 성 루가 복음사가 축일-루가 12장 1-7절
"나의 친구들아, 잘 들어라. 육신은 죽여도 그 이상은 더 어떻게 하지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마라."
<새벽미사>
각종 모임과 퇴근 후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술 한잔, 뒤풀이, 인터넷 등으로 시간가는 줄 모르다가 야행성 습관이 된 사람들에게는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 일이 있습니다. 한참 꿀맛인 새벽잠을 뒤로하고 꼭두새벽에 새벽미사를 가시는 분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그 전쟁터 같은 아침의 황금시간을 쪼개서 새벽미사를 빠지지 않으시는 분들, 정말 대단합니다.
저에게 있어서 솔직히 새벽미사처럼 부담스런 일이 다시 또 없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새벽미사 좀 피해보려고 갖은 잔머리를 다 굴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와서 깨닫는 것이 한가지 있습니다. 새벽미사에는 그 나름대로의 맛이 있다는 것입니다. 새벽노을이 갓 사라진 첫 새벽을 주님의 말씀과 함께 시작한다는 것은 정말 의미 있고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첫새벽에 선포되는 하느님 말씀에서 샘솟는 생명의 씨앗을 가슴에 간직하고 돌아가는 신자들의 얼굴마다 하루를 살아갈 에너지가 가득 담겨져 있습니다.
새벽미사가 끝나면 저희는 일제히 묵상시간으로 들어가지요. 침묵가운데 하느님 앞에 앉아서 그 날 그 날의 말씀 안으로 들어갑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마치도 갖은 영양분과 독특한 향기를 잔뜩 머금은 신비로운 한약재와도 같습니다. 처음 씹을 때는 "무슨 맛인가" 하고 전혀 감을 잡지 못하지만 계속 씹을수록 은은하고 특별한 맛이 계속 우러나오지요. 하느님의 말씀은 영원히 마르지 않은 맑디맑은 옹달샘과도 같습니다.
오늘 우리는 예수님의 행적과 일생, 그분의 가르침을 손에 잡힐 듯한 친밀한 필체로 묘사한 루가 복음사가의 축일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예수님 말씀에 깊은 감동을 받았고, 그 말씀에 따라 살고자 각고의 노력을 하셨던 분, 한 평생 예수님의 말씀을 자신의 삶 안에 구체화시키고자 노력했던 분이 루가 복음사가였습니다.
우리 안에서 소화되고 "자기화(自己化)된 하느님의 말씀은 한 가지 중요한 특징을 지니게 되는데, 그 특징이 바로 생명력입니다. 말씀이 우리 안에서 육화(肉化)되는 순간 성서말씀은 이제 더 이상 단순히 글로 쓰여진 문자가 아닙니다. 생명력을 지닌 말씀은 우리 안에서 힘차게 활동하기 시작합니다.
말씀 안에 사는 사람은 하느님의 말씀을 마치 소중한 한 인격체처럼 대하지요. 말씀대로 살려고 노력합니다. 말씀에 삶의 전부를 겁니다.
진정 말씀 안에 사는 사람은 말씀을 끊임없이 시대에 맞게 재해석합니다. 그 말씀은 각 사람 안에서 살아 움직이며, 결국 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원동력, 구원의 도구가 됩니다.
결국 진정으로 하느님 말씀 안에 사는 사람은 반드시 새 삶을 살아내야 하며 끊임없는 새 출발을 일궈내야 하며, 그런 에너지를 매일의 말씀을 통해서 충전시킵니다.
말씀 안에서 우리 모든 인생 문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떻게 해서든 말씀 안에 살아가십시오. 절대로 말씀을 부끄러워하지 마십시오. 말씀을 생명처럼 여기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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