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원더풀, 아빠의 청춘!
이전글 28세 청년의 소망  
다음글 당신의 십자가로 우리를 구원하셨나이다.  
작성자황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03-10-27 조회수1,923 추천수16 반대(0) 신고

               

                   

                  2003년 10월 27일 월요일 독서

                  우리는 그 성령에 힘입어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릅니다.

                  로마서 8, 15

       

       예수님 시대에 아람어 "아빠(Abba)"라는 호칭은 어린 아이들만 쓰는 칭호가 아니라 성장한 어른들도 아버지에 대한 친밀한 애정을 나타낼 때 아빠라고 부르셨 듯이 예수님께서도 어린 아이들 처럼 하느님을 "아빠"라고 부르심으로써 하느님에 대한 친밀감과 깊은 신뢰심을 표현하셨다고 합니다. 복음서에는 그리스어 파테르 번역어인 아버지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어서인지 저도 가끔 기도중에 "아빠"하고 주님을 불러보지만 좀 겸연쩍고 익숙치 않아 어린애 처럼 "아빠"라고 부르기가 왜 그리도 어색하고 쑥스러운지요. 주님은 가장 어린애 다운 사람들만이 하늘 나라에 들어 올 수 있다고 하셨는데요!

       

      제 어머니께서 제 어린 조카들이 유아기였을 때 자주 매일 미사에 데리고 다니신 적이 있었답니다. 그런데 서 너살, 두 살 정도 밖에 안된 이 꼬맹이들이 유아방에서 떠들고 돌아다닌줄만 알았는데 글쎄, 깜찍하게도 어른들이 미사보를 쓰고 두 손을 합장한 체 기도드리는 모습들을 보고 어느날 부터 집에서 놀다가  "기도하는 놀이"를 흉내내기 시작하더랍니다. 방에 있는 아무 수건이나 천 조각을 머리에 뒤집어 쓰고 눈을 감고서 또 두 손을 꼬옥 합장하고서 뭐라고 나직히 중얼 중얼 하면서 기도를 하는 데 저희 어머니께서 주의 깊게 들어 보셨더니 아마도 주 기도문 같은데..그냥 중얼 중얼하다가..하늘..아빠, 아빠...주세요..주세요!!!라고 "자기들만의 주 기도문"을 드리더랍니다. "하늘 아빠"는 어디에 계셔? 하고 물으면 손가락으로 벽에 걸린 십자가를 가리키고, 그냥 "땅 아빠"는 어디에 계셔? 하고 물으면 저기에...하면서 문 밖을 가리키곤 하더랍니다. 주께서 어린이들과 젖먹이들의 입으로 주를 찬양하게 하시리라는(마태오 21, 16) 말씀처럼 아직 언어를 다 습득하지 못한 어린 아이들의 입에서 하늘 아빠라는 기도 놀이는 얼마나 순수하고도 자연적인 기도인지요. 빈말이나 미사 여구 또는 지나친 요구와 갈망으로 가득 찬 어른들의 기도보다는 "하늘 아빠..아빠...주세요! 주세요!라는 어린아이의 순수한 갈망이 담긴 기도에 주님은 빙그레 웃으시며 "그래, 무얼 줄까?...이쁜 얼굴과 이쁜 마음을 줄께.. 세실리아, 미카엘 이쁘게 자라거라. 숙녀가 되어서도 지금처럼 두 눈을 꼬옥 감고 두 손을 모으고 하늘 아빠께 기도하는 거 잊어버리지 말구..에구..이쁜 것들!.." 하시면서 볼기짝을 철석 철석 두드려 주셨을 거예요. 저는 그 때 제 어린 조카들의 기도놀이를 보면서 신앙은 지식 습득에 앞서 신앙의 행위로써 미리 체험되어진다는 걸 새삼 느꼈었던 적이 있었답니다. 저도 어렸을 때 어른들께서 늘 묵주 기도 하시는 모습들을 보고 성모 신심에 대한 교리나 지식을 습득하기 이전에 미리 성모님에 대한 사랑을 배웠었던 기억이 나거든요.

       

      한때 저는 기도에 대한 갈망이 있어 어떻게 기도할 것인가?에 대한 영적 독서와 조언들에 입각해 시간을 정해 두고서 아주 잠깐 기도 생활을 시도한(?) 적이 있었답니다. 기도 시간은 주로 하루 일 다 마치고 연속극까지 다 보고 두뇌가 쉬어야 할 밤 12시에 시간을 잡고서 거창하고도 화려하게 온갖 아름다운 기도문으로 서두를 시작한 뒤.... 한 참 뒤 눈을 떠 보면 아침이더군요.^^ 기도에 대한 그런 시행착오를 거듭하다 보니 가장 단순한 언어, 가장 단순한 마음 가짐으로 자연스럽고도 편하게 주님 앞에 머무는 자세가 제겐 훨씬 더 편하고 그 분을 가까이 느낄 수 있음을 후에 제 나름대로 깨닫게 되었답니다. 호세아서 말씀 처럼 주님은 걸음마를 가르쳐 주시고 입에 먹을 것을 넣어주시고 젖먹이처럼 들어올려 볼에 비벼 주시면서(호세아서 11, 3-4) 당신 자녀인 저희들을 어린 아이들처럼 달래고 보살펴 주시며 저희들이 어린 자녀들의 모습 그대로 당신께 머물러 주시기를 원하시지만 가끔씩 그 보살핌과 사랑으로 부터 멀어지고 어른인체(?)하는 제 모습들을 보기도 한답니다. 언제 하늘 아빠께서 저를 보살펴주시고 사랑해 주셨던가? 의기소침해 하고 투정 부리면서요...서른 살이 넘으신 예수님께서도 어린애 다운 모습으로 "아빠"라고 부르며 그 분을 전적으로 신뢰하면서 기도 하셨듯이 제 마음속에 부풀려진 여러가지 영적인 허식들을 벗어 던지고 어린 제 조카들의 기도처럼 가장 단순한 어린아이들의 언어와 마음으로 "하늘 아빠...주세요..주세요" 라고 기도드릴 수 있는 어린 아이의 마음을 지니고 싶습니다.

       

      좋으신 아빠, 아버지!

      늘 제 마음이 불필요한 누룩들로 부풀려져 "아빠"하고 당신을 부르며 당신 품안에 뛰어들기가 힘겨워지고 쑥스러워지더라도 가장 어린애다운 단순한 언어와 단순한 마음으로 늘 당신께 돌아서게 하시고 매 순간 제가 당신의 귀한 자녀임을 잊지 않게 해 주소서. 그리고 오늘 제가 만나는 모든 이들 역시 당신의 고귀한 자녀임을 그들의 작은 몸짓, 작은 언어들속에서 늘 발견하게 해 주소서.

       

      여담으로 흘러간 가요 중 <아빠의 청춘>이라는 노래가 있는데요, 제가 가사를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가사중...아들, 딸 잘 되라고...원더풀 원더풀 아빠의 청춘, 부라보 부라보 아빠의 청춘...♬! 이 노래는 대중 가요지만 하늘에 계신 우리 아빠, 아버지께선 지금 이 순간도 당신의 온 청춘(?)을 다해 당신의 아들 딸 잘되시라고 늘 노심 초사 하시고 계실거예요. 아, 물론 땅 아빠(육신의 아빠)들도 같은 마음이시구요. 정말 하늘 아빠, 땅 아빠들은 원더풀한 아빠들이세요!

       

      우리가 마음을 다하여 하느님을 신뢰 할 때 우리는 "제게 이것을 주십시오." 또는 "제게서 이것을 가져가십시오."하고 기도하지 않는다. 우리는 기도할 때 우리 자신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우리는 하늘에 계신 우리 "아빠, 아버지"를 매순간 신뢰한다. 그분은 지상의 모든 아버지들의 사랑을 능가하는 사랑으로 우리가 청하거나 상상할 수 있는 그 이상의 것을 베풀어 주신다.

      송봉모 토마스 신부님의 <일상도의 하느님 중 니느베 이사악의 글>

             

              오늘도 은혜로운 하루 되시기를^^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