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당신의 십자가로 우리를 구원하셨나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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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황인숙 | 작성일2003-10-27 | 조회수1,238 | 추천수6 | 반대(0) 신고 |
젊은 날에 죽음 앞에 서 본 사람만이 아직도 죽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젊은 날에 찾아온 죽음이 얼마나 생소하고 낯선 것인가를 안다.
그 낯설고 이해되지 않는 두려움, 머리로만 알고 있던 모든 죽음에 대한 것들, 평생을 지켜온 신앙, 부활, 삶, 죽음, 성서가 얘기하는 모든 것들, 머리로만 알고 있던 그 모든 것들이, 내 몸에 구체적으로 찾아온 죽음 앞에서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모든 건 원점에서 다시 시작된다. 내 몸은 놀람과 두려움에 떨리고, 삶에 대한 구체적인 의문이 비로소 시작된다. 애초에 왜 생명이 주어졌다가 왜 또 이렇게 가야 하는가, 어디로 가는 것일까. 머리가 아니라 내 몸이 구체적으로 알아야 하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한없는 연민과 회한 분노가 일어나고, 무엇보다 왜? 내가... 라는 억울함에 갇힌다. 그리고 무력감과 함께 한없이 눈물을 흘린다.
눈물 속에서 올려다 본 십자가!
33세의 나이에 저토록 무지막지한 형벌 속에서 죽어 간사람 저분은 누구신가 나보다 더 억울하신 저분은....?
그 위로 속에서 숨 돌리며 찬찬히 그 분을 들여다본다.
모든 게 새롭게 다가온다. 그 분과의 구체적인 만남이 새로이 시작된다.
마굿간에서 태어나, 누구보다도 가난한 삶을 사시다가,... 내가 바로 길이요 진리이요 생명이다 라는 말씀을 그대로 사시다가
그 삶의 값으로 십자가형을 받으시고, 십자가상의 모욕과 멸시 지극한 아픔과 외로움과 절망 중에서도
“저들을 용서 하소서 저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모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라는 사랑에 찬 말씀과 함께
“제 영혼을 성부에게 맡기나이다.”라고 하시고 돌아가시고 사흘 만에 부활 하신 분.
그토록 험한 십자가형의 아픔과 무엇보다도 “하느님 어찌하여 날 버리시나이까.”라고 절망하시기까지 인간으로 오셨으며,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모든 모멸감 고독 아픔을 모두 느끼시는, 인간의 감수성을 가지고 계셨음에도 ... 그 모든 아픔과 절망 중에서 인간의 품위를 잃지 않으셨던 분,
인간의 모든 비천함과 천박함에 종지부를 찍으셨던 분,
모든 가난한 이의 위로와 힘이 되어 주신 분, 모든 상처받은 이의 위로와 힘이 되어 주신 분, 외로움과 절망과 아픔 중에 있는 모든 이의 위로와 힘이 되어 주신 분, 모든 이의 모든 것이 되어 주신 분,
그 분에게서 한없는 위로와 힘을 얻으며, 그 분은 이제 나의 스승이시며 나의 주님이시며, 나의 길이요 생명이며 진리이심을 받아들이며,
그 분을 우리의 구원으로 주신 하느님의 사랑이 당신의 성령이 아드님을 낳으시고 아드님과 당신이 하나이듯 우리도 당신의 지극한 사랑으로 구원되리라는 희망으로 그 분에 대한 믿음과 그 분의 사랑에 목놓아 운다.
내 몸은 그 분을 만난 구체적 체험으로 강물 같은 평화가 흐르고 마침내 그 분에게 모든 걸 의탁할 수 있는 은총과 기쁨이 찾아오고...
내 십자가는 그 분 안에서 그 분과 함께 견디어 내며,
때가 되어 부활의 표징처럼 치유의 은총이....
나는 치유된 몸으로 십자가를 올려다보며 천년을 참아온 울음을 터뜨리듯 한없이 운다.
주님,당신은 당신의 십자가로 우리를 구원하셨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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