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부끄러운 하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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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3-11-01 | 조회수2,375 | 추천수31 | 반대(0) 신고 |
11월 1일 토요일 모든 성인 대축일-마태오 5장 1-12절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부끄러운 하루>
오늘은 참으로 부끄러운 하루를 보냈습니다. 자나깨나 저희 아이들 생각만 하시는 분들, 자신들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흔쾌히 자신들이 가진 바를 나눠주시는 분들의 말씀을 들으면서 참으로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늘 받는 데만 익숙해있던 저였기에 그저 "넉넉하니 도와주시겠지"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언제나 밥 때만 되면 밥이 늘 차려져있으니, 아무 생각 없이 먹기만 했었습니다.
부끄럽게도 월급이란 것이 월말만 되면 자동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한동안 잊고 살았습니다. 남의 돈 벌기가 어디 쉬운가요? 얼마나 쓰라린 고생과 각고의 노력과 인내와 마음 상함의 결과가 턱없이 작은 월급이란 사실을 잊고 살았습니다.
오늘 모든 성인(聖人)의 날을 맞아, 이 세상 안에 숨어있는 많은 살아있는 성인 후보자들을 기억합니다.
하루 온종일 허리가 휘도록 일해서 번 피 같은 돈을 한푼도 헛되게 쓰지 않고, 자신을 위해서는 최대한 아끼면서 기쁘게 부모님을 모시고 가족들을 부양하는 분들, 또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아낌없이 내어놓는 분들, 그들은 진정 첫째가는 성인 후보자들입니다.
하느님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 찬 임종환자들, 쌀쌀한 눈길로 방문을 거부하는 말기암 환자들의 마음을 한번 열어보겠다고 끊임없이 다가서는 호스피스 봉사자들 역시 둘째가라면 서러워 성인후보자들입니다. 계속 문전박대를 당하면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하느님을 선포하는 말씀 선포자들 역시 성인 후보자들 대열에서 제외시킬 수 없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 성인이 되는 길의 폭이 아주 넓어졌습니다. 성화의 길이 보편화되었습니다. 성인(聖人)이란 이제 쳐다보지 못할 나무가 아니라 누구든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대상이 되었습니다.
각자에게 주어진 처지가 어떠하든, 펼쳐지는 상황이 어떠하든 매일 기쁘게 살아가는 일이 성인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이 세상에서의 삶도 소중히 여기지만 이 세상 너머에 있는 삶은 더욱 소중히 여기는 자세가 성성에로의 길을 걷는 데 기본적인 마음자세입니다.
이 땅 위에서의 한평생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모든 사건들이나 만남들도 큰 의미를 두지만, 이 세상 너머에 펼쳐질 하느님과 성인들과의 만남에 더 큰 기대를 갖는 자세야말로 성인에게 필요한 기본 바탕입니다.
매일 자기를 죽이는 사람, 자신의 욕심대로 살지 않는 사람, 남들이 다 귀찮아하는 그 일을 하는 사람, 그 사람이야말로 진정 살아있는 성인입니다.
이런 의인들의 이름은 밤하늘의 별처럼 길이 빛날 것이며, 하느님 나라에 길이 기록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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