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복음산책 (연중31주간 금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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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상대 | 작성일2003-11-07 | 조회수1,725 | 추천수17 | 반대(0) 신고 |
◎ 2003년 11월 7일 (금) - 연중 제31주간 금요일
[오늘의 복음] 루가 16,1-8 <세속의 자녀들이 자기네들끼리 거해하는 데는 빛의 자녀들보다 더 약다.>
1)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또 말씀하셨다. "어떤 부자가 청지기 한 사람을 두었는데 자기 재산을 그 청지기가 낭비한다는 말을 듣고 2) 청지기를 불러다가 말했다. ’자네 소문을 들었는데 그게 무슨 짓인가? 이제는 자네를 내 청지기로 둘 수 없으니 자네가 맡은 일을 다 청산하게.’ 3) 청지기는 속으로 생각했다. ’주인이 내 청지기 직분을 빼앗으려 하니 어떻게 하면 좋을까? 땅을 파자니 힘이 없고 빌어먹자니 창피한 노릇이구나. 4) 옳지, 좋은 수가 있다. 내가 청지기 자리에서 물러날 때 나를 자기 집에 맞아 줄 사람들을 미리 만들어 놓아야겠다.’ 5) 그래서 그는 자기 주인에게 빚진 사람들을 하나씩 불러다가 첫째사람에게 ’당신이 우리 주인에게 진 빛이 얼마요?’ 하고 물었다. 6) ’기름 백 말이오’ 하고 대답하자 청지기는 ’당신의 문서가 여기 있으니 어서 앉아서 오십 말이라고 적으시오’ 하고 일러주었다. 7) 또 다른 사람에게 ’당신이 진 빚은 얼마요?’ 하고 물었다. 그 사람이 ’밀 백 섬이오’ 하고 대답하자 청지기는 ’당신의 문서가 여기 있으니 팔십 섬이라고 적으시오’ 하고 일러주었다. 8) 그 정직하지 못한 청지기가 일을 약삭빠르게 처리하였기 때문에 주인은 오히려 그를 칭찬하였다. 세속의 자녀들이 자기네들끼리 거래하는 데는 빛의 자녀들보다 더 약다."◆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산책] 삶의 청산과 퇴출의 명(命)
오늘 복음은 부정직한 청지기의 약삭빠른 일 처리에 관한 비유를 들려준다. 그런데 복음의 비유는 주인이 청지기의 약삭빠름과 부정직함을 탓하고 있기보다는 그의 슬기로움을 오히려 칭찬하는 내용으로 끝맺는다. 예수께서도 아마 주인과 같은 입장에서 부정직한 청지기를 칭찬하려 하신 것 같다. 다만 "세속의 자녀들이 자기네들끼리 거래하는 데는 빛의 자녀들보다 더 약다"(8b절)는 말씀은 빛의 자녀들이 이를 흉내내지 말 것을 바라시는 뜻으로 들린다. 그렇다면 청지기의 어떤 면이 칭찬 받을만한 지를 살펴보자.
비유는 어떤 부자가 고용한 청지기가 부자의 재산을 관리하면서 낭비(횡령)한 것이 드러나, 청산(淸算) 후 퇴출(退出)을 강요받는다. 그 동안 재무관리로 의자생활에 습관이 되었을 청지기는 앞이 막막했다. 하지만 그는 짧은 시간에 묘안을 생각해 내고 일사천리로 일을 해치운다. 묘안은 퇴출 후에도 자기를 후하게 대접해 줄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청지기는 주인에게 빚을 진 사람들을 하나씩 불러 빚을 삭감해 주는 방법을 택했다.(5-7절) 마지막에 가서 주인은 청지기의 이러한 일 처리를 보고 약삭빠른 줄은 알지만 그 슬기로움은 칭찬한다.
청지기는 자신의 절망적인 처지를 깨닫고 자신의 미래를 구할 수 있는 절묘한 방책을 마련한다. 청지기는 비록 부정직한 방법을 택하기는 하지만 자신의 미래를 위해 가능한 모든 수법을 동원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청지기의 부정직하고 비양심적인 면은 덮어두고라도 그의 슬기로움은 이렇게 자신의 미래를 걱정할 줄 알고, 이를 위해 대책을 마련하는 데 있다. 예수께서도 이 점을 칭찬하신 것이다. 빛의 자녀들인 우리들도 가능하면 본받으라는 것이다. 임박한 심판 앞에는 누구나 할 것 없이 자신의 절박한 처지를 걱정해야 한다. 그것도 영생(永生)을 판가름 짓는 심판이라면 그 절박함이 더욱 고조된다. 청지기가 당한 청산 후 퇴출이라는 실직(失職)의 위기처럼 최후의 심판을 눈앞에 두고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겠는가? 회개(悔改, Metanoia)말고 무엇이 더 필요하단 말인가. 하느님의 나라는 이미 우리 가운데 와 있다. 이젠 머지않아 우리도 자신의 삶을 청산하고 이 세상에서의 퇴출을 명(命) 받을 것이다. 너무 늦기 전에 회개의 삶으로 영원한 생명을 위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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