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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직도 세상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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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황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03-11-07 조회수1,948 추천수19 반대(0) 신고

               

               

               

              하느님께서 만드신 것은 모두 다 좋은 것이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으면 하나도 버릴 것이 없습니다.

              디모테오 전서 4, 4

               

              좋으신 아빠, 아버지!

              오늘 하루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른 새벽, 무너진 담장가에 수줍게 피어있는 한 무리 흐드러진 늦 가을의 나팔꽃들과 전선 위, 차가운 아침 공기를 가르며 지저귀는 새들의 아침 찬가, 그리고 이웃집 아저씨의 잔기침 소리와 바삐 자전거를 몰고 가는 우유 배달부의 건강한 뒷 모습에서 당신이 주신 이른 아침의 신선함을 봅니다.

               

              저는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날 때마다 저희 집 동네를 한 십 여분 정도 산책하곤 하는데요 (한 달에 그 몇번이지만^^), 그 산책길에 저는 어느 집 모퉁이 담장가 한 귀퉁이에 정성스레 가꾼 아주 작은 밭을 꼭 산책(?)하곤 한답니다. 그 작은 밭은 한 두 어평도 될까 말까한 담장가 한 귀퉁이, 흔히들 그냥 쓸모없이 내버려둔 조그마한 공간으로 그 누군지 그 곳에 고운 황토흙을 깔고 흑상추와 고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나팔꽃을 심어두었어요. 아마도 그 집 주인님이 그 작은 밭의 주인님이 아니실까 하네요.^^

               

              어디서 황토흙을 옮겨왔는지 빛깔 고운 흙을 정성스레 갈아 그 곳에 몇 폭 정도되는 흑상추를 송송이 심어 두었고 그 둘레엔 가을 볕에 빠알갛게 익어가는 빠알간 고추 몇 그루, 또 그 옆엔 하얀색과 보라색이 어우러진 나팔꽃들을 심어 두었어요. 비록 정원(?)이라 칭하기엔 너무 작고 보잘 것 없지만 주인님의 고운 손길로 정성스레 일구어진 그 작은 밭은 제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이랍니다.

               

              그냥 쓸모없이 지나쳐 버릴 수 있는 담장가 그 작은 귀퉁이 한 공간에 그리도 고운 작은 밭을 갈아, 날마다 흙을 갈아주고 상추에 물을 주고 고추와 나팔꽃을 가꾸어 주는 그 주인님의 마음은 얼마나 섬세하고 아름다운 마음의 소유자일까요? 필경 그 작은 밭을 가꾸는 주인님의 마음 안에도 늦 가을 햇살을 머금고 송송들이 자라고 있는 흑상추들과 빠알간 고추들 그리고 나팔꽃들이 아름답게 피어있을거예요. 그 주인님의 손길이 예쁜지 도심 한 공간에 곱고도 싱싱한 흑상추들과 고추들 그리고 나팔꽃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어요! 제겐 제가 좋아하는 나팔꽃들을 볼 수 있어 얼마나 큰 기쁨인지요! 작은 마음은 나눌 수록 커진다는데 이게 바로 그 기쁨이 아닐련지요?

               

              저는 그 작은 밭을 산책하며 주인님의 작지만 아주 고운 마음을 엿 보곤 한답니다. 도심 한 공간, 가끔씩 이웃끼리 쓰레기 투척 문제로 서로 싸우고 감시 카메라를 집 앞에 설치하고 경고성 문구를 대문짝하게 붙여놓고 대문을 꼭꼭 잠그어야 하는 삭막한 도심 한 공간에 아무도 눈길 한번 주지 않는 쓸모없는 작은 땅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밭을 가꾸고 날마다 그 곳에서 자라는 작은 식물들을 돌보아 주고 길을 지나가는 어떤이의 발길을 잠시 머무르게 하는 주인님의 향기나는 고운 마음씨를요!

               

              늘 제 마음 한 구석에도 어딘가 작은 공간이 있고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저도 한 번 그런 작은 나 만의 정원을 가꾸고 싶은 마음이 있답니다. 물론 제가 좋아하는 꽃들-나팔꽃, 채송화, 분꽃, 호박꽃, 봉선화, 장미들로요.

               

              이른 아침, 저는 잠시 그 쬐꼬만 정원에서 아름다운 산책을 하고 돌아왔답니다.

               

              돌아오는 길에 "경고. 우리집 대문앞에 쓰레기 투척하다 적발시 엄벌에 처함. 주인백!"이라는 무드 깨어지는 경고성 문구 가득한 집 앞들을 지나쳐 오면서 그래도 우리 동네 어딘가엔 경고성, 경계성 글 귀 대신 저리도 작지만 아름다운 밭을 가꾸는 고운 마음들도 있구나 하면서 저 혼자 빙그레 웃었답니다. 눈에 뜨이지 않는 작은 땅 한 귀퉁이에 정성스레 작은 밭을 가꾸고 일구는 고운 마음들이 숨쉬고 있는 한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직도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 좋으신 아빠, 아버지!

              이른 아침, 어느 이가 일군 작은 정원에서 저는 당신의 부드러운 숨결을 느꼈습니다. 비록 화려한 정원은 아니지만 작은 꽃들과 상추들을 철따라 돌보아 주시는 당신의 섬세한 사랑과 정원 주인님의 고운 맘안에 깃든 당신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쓸모없이 버려진 작은 땅을 감사히 받아 아름다운 정원으로 가꾸고 일구는 그 주인님의 섬세하고도 감사하는 마음을 보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제가 보는 작은 것들 안에서 당신의 숨결을 느끼고 늘 감사하게 하소서! 오늘도 당신은 나의 모든 것....You mean everything to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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