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축, 생지옥 탈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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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황미숙 | 작성일2003-11-15 | 조회수1,685 | 추천수17 | 반대(0) 신고 |
2003년 11월 13일 목요일 복음中 하느님 나라는 바로 너희 가운데 있다. 루가 17, 21
저는 미사중 주 기도문을 옆 사람과 함께 손에 손을 잡고 성가로 부를 때가 참 행복하답니다. 가끔씩 얼굴이 익지 않은 형제 자매들과 함께 서로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하고 미사를 드리다 주 기도문을 성가로 부를 때만큼은 서로 손을 잡고서 조수미의 <밤의 아리아>만큼은 안되겠지만 <제 나름대로의 아리아>로 주 기도문을 함께 부르고 나면 아~ 그 떨리는 감동과 전율!....바로 주님께서 그 순간 저와 제 손을 잡고 있는 제 곁의 형제 자매님안에 함께 하심을 깊이 느낄 수 있어 기쁘답니다. 저희 천주교 신자들은 수줍음이 많아서인지 성당에서 만나도 서로 인사를 잘 나누지 않아 서로 서먹 할 때가 많고 저 역시 그런 벽(?)들을 먼저 깨뜨리고 인사를 잘 하지는 못하지만 서로 손을 잡고 주 기도문을 성가로 부를 때만큼은 얼굴이 익지 않은 형제 자매님들의 손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온기를 통해 주님안에 서로 한 형제 자매임을 새삼 느끼곤 한답니다.^^
지난 일요일 교중 미사중, 저는 특별하면서도(?) 특별치 않은 작은 체험을 했었답니다. 사실 쉬운 거 같으면서도 결코 쉽지만은 않은 천국 체험이요...!
저는 근래 어떤 님과 약간 소원해진 관계에 있었고 교중 미사중 그 분께서 제 뒤쪽에 앉아 계셔 미사 도중 내내 그 분께 마음적으로 조금 신경이 쓰였답니다. 성당에서 액션 단체나 기타 공동체 생활을 하다 보면 서로 마음이 좀 맞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그 분이 제겐 그런 경우로 사실 마음적으로 소원해진 건 그 분이 아니라 순전 100% 제 스스로 소원해졌었고 가끔 그 분을 성당에서 뵐 때마다 저 혼자 괜스리 마음이 쓰여지곤 했었답니다. 제가 넉넉치 못한 마음에 제 스스로 그 분께 소원해진 만큼 미사를 드리면서까지 내내 저는 저 스스로 어떤 "부자유스러움"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그 분에 대한 분심속에 머물고 있었답니다. 문득 주 기도문을 옆사람과 손을 잡고 성가로 부르는데 제가 아무리 아름다운 음성과 주님에 대한 열정으로 성가를 부른다 해도 그 찬양은 어딘가 편치 않은 형식적이고도 가식적인 찬양에 그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용기를 내어(?) 그 분을 잠시 기억했었답니다. "좋으신 아빠, 아버지! 제 마음속에 있는 편치 않은 감정들과 부자유스러운 감정들이 있어요. 이 감정들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도와주세요."
우리가 손을 잡는다거나 포옹을 한다는 건 참 좋은 스킨쉽으로 긴장을 풀어주고 관계를 친밀하게 해 준다고 합니다. 주 기도문을 마친 후 저는 직접적으로 그 분과 손을 잡고 있지는 않았지만 이미 옆 사람과 또 그 옆 사람을 통해 그 분과 어느 새 손을 마주 잡고 있는 제 마음을 보았답니다. 그리고 제 스스로 그 분과의 끈을 단절시킨 제 마음을 다시 그 분과 이어주신 건 제 인간적인 힘이 아니라 주님이셨어요. 알파요, 오메가이신 주님의 말씀이 창세기 부터 요한 묵시록까지 고리로 서로 연결이 되어 있는 것처럼 우리 각 형제 자매들도 주님께서 사랑의 고리로 서로 연결시켜 주셨는데 우리들은 가끔씩 그 고리를 단절, 분열 시켜 멀어지곤 하지만 다시 사랑의 끈으로 관계가 회복되어질 때 하느님 나라는 바로 우리 안에, 내 마음 안에 이루어진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서로 단절되어지고 분열되어질 때 서로가 느끼는 감정은 아마도 생지옥(?)이 아닐까 해요.^^ 그러나 다시 서로 손을 잡게 되었을 때 느끼는 감정은 평화와 자유 기쁨이 있는 천국이 아닐련지요. 하늘 나라는 멀리 감실 안이나 성경 말씀, 성당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분열과 단절을 회복하고 서로 사랑의 끈으로 다시 이어 질 때 지상에서 이미 하늘 나라를 체험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답니다.^^
미사 끝나고 나올 때 그 분의 얼굴을 보았지만 더 이상 제 마음이 불편치 않았어요. 우리가 나와 다른 이를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 분께 마음적으로 편하게 다가갈 수 있었던 건 분명 주님께서 그 때 그 자리에서 저와 함께 해 주셨기 때문일거예요. 그 날 미사 끝나고 그 분과 함께 마신 자판기 커피 한잔은 근래 제가 마신 커피 중 가장 맛있고 향기 진한 커피였었답니다. 그 분은 그 동안의 제 마음을 아셨을까요? 커피 마시고 돌아서 가는 제 등을 가볍게 톡~톡 두드려 주시더군요. 그 작은 등 토닥여 주심에 그만 저는 얼굴을 붉히고 말았답니다.^^
"성령께서 평화의 줄로 여러분을 묶어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신 것을 그대로 보존하도록 노력하십시오."(에페소서 4, 3)라는 사도 바오로의 에페소서 말씀처럼 우리가 서로 공동체 생활안에서 비록 힘들 때가 있다하더라도 주님께서 이어주신 평화의 줄을 서로 이을려 노력하기만 한다면 하늘 나라는 이미 우리 가운데 와 있고 영화 <쇼생크 탈출>처럼 멋진 <생지옥 탈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저는 <생지옥>을 탈출하다 붙잡혀 다시 지옥에 갔다는 탈옥수는 아직까지 본적이 없답니다. 저도 다행히 주님의 도움으로 <생지옥으로부터의 탈출>에 무사히 성공했답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 완전하게 합니다." 골로사이서 3, 14
기쁜 주말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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