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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톨릭 성가 283번: 순교자 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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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0-04-03 조회수2,901 추천수0

[이달의 성가] 가톨릭 성가 283번 "순교자 찬가"

 

 

상재상서(上宰相書)’는 정하상 바오로 성인이 1839년 순교하기 전에 조정 대신에게 올린 글로, 천주교 교리를 밝혀 박해의 비합리성과 부당성을 지적하고 천주교를 변호하기 위해 쓴 글입니다. 이 글에서 천주교 교리의 본질적인 부분을 발췌하여 아래에 옮깁니다.

 

“천지 위에는 어른(하느님)이 계신데, 그분은 스스로 존재하시고 주재하시는 분으로서 이는 다음 세 가지로 증명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만물(천지만물)이고 둘째는 양심이며 셋째는 성경입니다.

 

날아다니는 것, 걸어 다니는 것, 동물, 식물 등 제각기 다양한 형상들이 어떻게 저절로 생겨났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만약 천지가 저절로 생겨났다면 해와 달과 별이 어떻게 그 자리를 벗어나지 않으며,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어떻게 그 바뀌는 순서가 잘못되지 않습니까? … 이러한 이치를 가까이는 자신의 몸에서, 멀리는 사물에서 따져 보더라도 안 그런 것이 하나도 없거늘, 어찌 천지를 만든 이가 없다고 하겠습니까? 그러므로 만물을 통해서 하느님이 계심을 알 수 있습니다.

 

양심이 증거가 된다함은 무슨 뜻이겠습니까? 밝은 낮이 갑자기 캄캄해지면서 천둥과 번개가 번갈아 쳐대면 어린 아이라도 금방 무서워 떨고 눈을 토끼 눈처럼 뜨고는 오금도 제대로 못 펴면서 몸 둘 바를 몰라 합니다. 이것을 보면 선을 상 주시고 악을 벌하시는 큰 임금님께서 계시다는 것이 사람들 마음과 머릿속에 깊이 새겨져 있음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또 성경이 증거가 된다함은 무슨 뜻이겠습니까? 천지창조 때부터의 역사를 끊임없이 기록하여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에 명백하게 실어 놓았기 때문에 오늘날까지도 집집마다 이 성경을 암송하고 거문고로 노래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하늘을 만드시어 우리를 감싸 주시고, 땅을 만드시어 우리의 터전을 마련해 주시고 해와 달과 별을 만드시어 우리를 비추시고, 식물과 동물과 금, 은, 동, 철 등을 내시어 우리가 유익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하셨습니다. 이와 같이 하느님께서는 사람이 태어나서 성장할 때까지 여러 가지 큰 은혜를 한없이 내려주시니 사람이 해야 할 본분은 마땅히 어떠해야 하겠습니까?

 

하느님을 받들어 섬기는 길은 고상하고 원대한 일도 아니요, 은밀한 일을 찾아서 기이하고 괴상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니요, 다만 잘못을 고치고 스스로 새로워져서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는 것일 뿐입니다.

 

십계명 안에는 충성과 관용과 용서, 그리고 효도와 우애, 인애와 의리, 예의와 지혜가 모두 들어있으니 털끝만큼도 부족한 것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 도리를 한 집안에서 실행하면 집안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며, 한 나라에서 실행하면 나라를 잘 다스릴 수 있을 것이고, 전 세계에서 실행하면 온 세계가 평화로울 수 있을 것입니다. … 세상을 다스리는 법은, 행동은 다스릴 수 있지만 마음은 다스리지 못합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계명은 행동을 다스릴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다스립니다.

 

만약 사람이 죽은 뒤에 영혼까지 없어진다면 하느님이 상이나 벌을 어디에 베푸시겠습니까? 따라서 분명히 영혼은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영혼이 정말 죽지도 않고 사라지지도 않는다면 도대체 어디로 가겠습니까? 선한 사람의 영혼은 천당으로 올라가서 하느님께 상을 받고 악한 사람의 영혼은 지옥에 내려가 벌을 받게 됩니다. 상은 천당의 행복이며, 벌은 지옥의 영원한 고통입니다. 만약 천당과 지옥을 보지 못했다고 해서 천당과 지옥이 있음을 믿지 않는다면, 눈먼 사람이 하늘을 보지 않았다고 해서 하늘에 해가 있다는 것을 믿지 않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이 세상에 있을 때는 정신이 흐려서 깨닫지 못하다가 죽은 뒤에 후회하고 뉘우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래서 목을 끊어버릴 큰 도끼가 앞에 있고 몸을 삶을 큰 솥이 뒤에 있더라도 굳건히 신앙을 굽히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것도 성교회가 참되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가지 증거입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성교회는 지극히 거룩하고 지극히 공번되며 지극히 바르고 참되며 완전하고 하나인 종교입니다.

 

그러므로 이제 임금님께서는 밝게 비추시고 굽어보시어, 성교회의 도리가 참된 것인지 그릇된 것인지 올바른 것인지 자세히 판단하신 다음, 위로는 조정으로부터 아래로는 일반 서민들에 이르기까지 새롭게 변화되어 성교회로 돌아와서, 금령을 늦추고 체포하는 법을 철회하고 옥에 갇힌 사람들을 석방하여, 모든 백성들이 고향에 정착하여 생업을 즐기면서 다 같이 평화를 누리며 살 수 있도록 해주시기를 이렇게 엎드려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옵나이다.”

 

올해 2009년은 한국 순교자 103위 시성 25주년입니다. 1984년 5월 6일 한국 교회의 순교자들을 성인품에 올리신 것을 기념하며, 무엇보다도 우리 신앙 선조들의 믿음과 순교로 이루어진 오늘날 신앙의 자유에 감사드려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분들이 알고 믿었던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을 우리의 삶으로 본받고 증거해야 하겠습니다.

 

누구든지 사람들 앞에서 나를 안다고 증언하면, 나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그를 안다고 증언할 것이다. 그러나 누구든지 사람들 앞에서 나를 모른다고 하면, 나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그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마태 10,32-33). 

 

[소공동체모임길잡이, 2009년 9월호, 최호영 신부(가톨릭대 성심교정 음악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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