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286번 순교자의 믿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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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6-09-24 | 조회수7,061 | 추천수0 | |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33) 286번 순교자의 믿음 성공회 박해에 순교한 가톨릭 신자 기려
- 순교자 믿음을 쓴 작사가 페이버 신부.
「가톨릭 성가집」에서 순교자에 관한 성가 중에 286번 ‘순교자의 믿음’은 284번 구노의 ‘무궁무진세에’와 더불어 외국에서 온 성가다. 이 곡의 원래 제목은 ‘우리 교부들의 신앙’(Faith of our Fathers)으로 가톨릭 사제가 만들었지만 개신교회에서도 상당히 많이 불리는 성가다.
가사는 1849년 영국 국왕 헨리 8세에 의해 성공회가 시작될 당시에 순교했던 가톨릭 순교자들을 기리기 위해 페이버(Fredrick W. Faber, 1814~1863) 신부가 썼다. 아일랜드를 위한 것과 영국을 위한 것 두 가지 버전이 있다. 미국에서는 나라를 세우는 데에 기여했던 역대 대통령이나 유명 인사들의 신앙을 부각시키며 이 성가를 많이 불렀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장례식에서도 이 성가를 불렀다.
1814년 영국의 웨스트요크셔에서 성공회 사제였던 아버지 밑에서 출생한 페이버는 아버지 뒤를 이어 성공회 사제가 됐으나 1845년 당시 영국에서 벌어지던 ‘옥스퍼드 운동’의 주역인 뉴먼 추기경의 열렬한 지지자가 돼 로마 가톨릭으로 개종했다. 이후 다시 새롭게 태동한 영국 가톨릭 교회에 신자들을 위한 성가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고 많은 찬미가 가사를 썼고 「예수님과 마리아: 노래와 독서를 위한 가톨릭 찬미가들」을 편찬했다. 그는 49살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기까지 약 150여 편의 찬미가를 남겼다.
영국과 아일랜드에서는 이 가사를 소스톤(Sawston)이라는 선율에 얹어서 부르는 반면, 미국에서는 ‘성녀 가타리나’(St Catherine) 선율로 부르는데 후자가 더 널리 퍼져 있다. 우리 성가집의 선율도 이것이다. 선율을 만든 이는 영국 음악가인 헤미(Henri Frederick Hemy, 1818~1888)다. 그는 영국의 가톨릭 개종자로서 오르가니스트, 음대 교수 겸 왕립 극장 오케스트라의 일원으로 활동했으며 ‘징글벨’의 작곡자로 추정된다. 1864년 「예수님의 왕관」이라는 성가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이 선율은 본래 4세기 순교자인 알렉산드리아의 가타리나를 기리고자 ‘동정녀이며 순교자이신 성녀 가타리나’란 이름으로 1864년 가톨릭 신자들을 위해 만든 것이다. 이후 1874년 영국의 음악가 월튼(James G. Walton, 1821~1905)이 「영성체 예식을 위한 평성가」(Plain Song Music for the Holy Communion Office)라는 성가집을 펴내면서 그 자신이 본래의 선율에 덧붙여 후렴에 해당하는 마지막 8마디를 추가하고 여기에 후렴 가사(원어 가사의 후렴은 “우리 교부들의 신앙, 거룩한 신앙, 우리도 죽기까지 그들에게 진실하리라!”이다)도 새로 써넣으며 286번 성가를 완성했다.
[평화신문, 2016년 9월 25일, 이상철 신부(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 가톨릭 성가곡들은 가톨릭 인터넷 굿뉴스(www.catholic.or.kr)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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