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음악자료실

제목 유쾌한 클래식: 스카르피아의 아리아 테 데움, 가라 토스카
이전글 유쾌한 클래식: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 중 오묘한 조화  
다음글 21년07월 통일가로 굿뉴스 성가번호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06-07 조회수2,728 추천수0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4) 스카르피아의 아리아 ‘테 데움, 가라 토스카’


성(聖)과 속(俗)의 오묘한 만남

 

 

로마의 산탄드레아 델라 발레(Sant‘Andrea della Valle) 성당이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 1막의 배경으로 등장한다는 것을 말씀드린 바 있다. 오페라 ‘토스카’에는 아주 멋진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당대 로마의 최고 화가 마리오 카바라도시와 로마 최고의 오페라 주인공 프리마 돈나 소프라노인 플로리아 토스카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로마의 아름다운 커플이다. 카바라도시가 성당에서 마리아 막달레나의 성화를 그리고 있을 때 인기척이 나더니 누군가 성당 안으로 잠입한다. 공화파 정치인으로 반역죄로 감옥에 투옥되어 있던 체자레 안젤로티(그런데 이름이 안젤로티, 천사라는 이름을 가진 것이 의미심장하다)가 가족성당에 들어와 여성의 옷을 입고 탈출하려는 것이다. 마침 옛날부터 알고 지내던 같은 공화파의 카바라도시를 맞닥뜨리게 된 안젤로티는 그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이때 토스카가 성당에 왔다가 성당 내실의 문이 잠겨있는 것을 보고 “마리오! 마리오!” 라고 부르며 문을 잠근 그를 의심하며 “말소리가 들렸다”고 화를 내게 된다. 그녀는 카바라도시에게 “어떤 여자와 함께 있는 거야?”라면서 카바라도시가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다고 의심하며 성당 곳곳을 둘러본다. 그녀는 남자친구에 대한 의심이 대단한데, 그건 그녀의 남자친구가 매우 잘 생긴 데다가 그녀 또한 항상 오페라의 주인공이라 언제나 사랑하는 사람이 나만을 위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질투심 강한 성격이기 때문이다.

 

의심에 찬 그녀는 카바라도시가 그리고 있던 마리아 막달레나 성화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성화 속 마리아 막달레나의 모습이 아타반티 가문의 딸과 흡사했던 것이다. 토스카의 질투는 극에 달한다. 그녀는 카바라도시에게 마리아 막달레나의 머리카락 색과 눈 색깔을 토스카 자신의 것과 같은 갈색 머리에 검은 눈으로 바꾸라고 말하고 성당을 나간다.

 

그녀가 성당을 떠나고 숨어있던 안젤로티는 카바라도시의 별장 우물 안으로 도망갈 수 있게 되었다. 바로 이때 대포 소리가 터져 나오면서 정치범이 감옥에서 도망쳤다는 소식과 함께 경시청 총경감인 서슬 시퍼런 스카르피아가 부하들과 함께 성당으로 난입한다. 그러나 한발 늦었다는 걸 직감한 스카르피아는 성당에서 아타반티 가문의 여자용 부채를 발견하고는 “이걸 이용해서 토스카의 질투를 일으켜 안젤로티도 잡고 내가 짝사랑하는 토스카도 차지해야겠다”며 음험한 계획을 독백으로 다짐한다.

 

이 곡은 엄청난 바리톤 명곡인 ‘가라 토스카!’(Va Tosca)다. 마침 그 날은 1800년 6월 14일 나폴레옹의 프랑스 군대와 오스트리아 군대의 마렝고(피에몬테주)전투가 펼쳐진 날이었다. 이탈리아 북부를 차지하고 있던 합스부르크 제국인 오스트리아 군대가 마렝고에서 나폴레옹 휘하의 프랑스 군대를 습격했지만, 나폴레옹 군대가 이겨서 오스트리아 군대를 이탈리아에서 몰아낸 이후 전쟁의 판도를 바꾼 전투였다.

 

그런데 로마에 오스트리아 군대가 나폴레옹을 이겼다는 잘못된 소식이 전해지자 이탈리아 왕당파는 산탄드레아 델라 발레 성당에서 ‘테 데움’ 미사를 올리기로 한 것이었다. ‘테 데움’ 미사는 “우리는 당신을 주님으로 찬미하고 받들겠노라”(Te Deum Laudamus. te Dominum confitemur)라는 라틴어를 시작하는 오래된 찬미가다. 이것이 바뀌어 승전기념일 등에서 감사의 노래로 쓰이게 되었고 나폴레옹을 이겼다는 잘못된 오보를 접하고 신이 나서 미사를 집전하며 ‘테 데움’을 합창으로 성가대가 부르는데 이 신성한 자리 옆에서 스카르피아는 안젤로티와 토스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며 웅장한 ‘테 데움’에 맞춰 악마적인 야욕을 드러낸다. 성당 미사의 성스러움과 스카르피아의 야욕이 놀랍게 하나가 되는 엄청난 성(聖)과 속(俗)의 오묘한 만남이 이 곡 속에 담겨있다. 그래서 이 곡의 제목은 ‘테 데움, 가라 토스카(Te Deum, Va Tosca)이며 강렬하게 뇌리에 남는다.

 

※ QR코드를 스캔하시면 스카르피아의 아리아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0euYKIMfV4I

 

[가톨릭평화신문, 2021년 6월 6일, 장일범(발렌티노, 음악평론가,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진행자, 서울사이대 성악과 겸임교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