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유쾌한 클래식: 바흐의 마태오 수난곡 중 합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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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2-03-23 | 조회수1,763 | 추천수0 | |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41) 바흐의 마태오 수난곡 중 ‘합창’ 올리브산의 예수님을 떠올리며
사순 제2주일 미사의 입당송은 필자의 마음을 경건하게 만들고 감동으로 감싸 안았다. 왜냐하면 필자가 바흐의 곡들 중 가장 사랑하는 마태오 수난곡 합창곡이 쓰였기 때문이다. 입당송은 가톨릭성가 116번 ‘주 예수를 바라보라’였다. 이 곡은 성금요일을 위해 바흐가 창작한 작품번호 244 마태오 수난곡 중 1부 합창 ‘Erkenne Mich, Mein Huter’를 바꾼 것이다. 합창 가사는 “나를 잘 아시고 나를 지키시는 주님. 나의 목자여. 나를 받아주소서. 모든 좋은 것은 당신으로부터 왔으니 온갖 좋은 일을 내게 베푸셨습니다”이다. 바흐와 함께 마태오 수난곡 가사를 쓰던 작사가 피칸더는 이 합창곡에서 예수님께서 올리브산에서 머무신 장면을 표현했다.
복음에 따르면 예수님께서는 낮에는 성전에서 가르치시고, 밤에는 올리브산에서 묵곤 하셨다.(루카 21,37) 유월절 성찬을 마친 예수님과 제자들은 올리브산으로 갔다. 올리브산은 해발 800m다. 예루살렘성이 해발 700m였기 때문에 높이가 100m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예루살렘성에선 올리브산은 언덕 정도였다. 예수님은 이곳을 좋아하셔서 예루살렘에 계실 때는 거의 매일 밤 오르셨다고 한다.
성경에는 올리브 산으로 ‘나갔다’라고 기록돼 있지만 마태오 수난곡에서 바흐는 이 구절에 공간감과 움직임을 더해주고 있다. 합창곡에서 복음사가들이 “그들은 나와서 갔다”라고 노래하기 직전을 들어보면 오르간과 통주저음(Basso continuo)의 반주가 갑자기 스타카토로 한 음씩 빠르게 상행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성경에서는 그냥 ‘갔다’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마태오 수난곡에서는 이 부분을 청중들이 들을 때 ‘서두르듯 산을 올라갔다’고 상상할 수 있게끔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음악으로 살아 움직이는 성경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청중들도 예수님의 수난에 동참하도록 하는 것이 수난곡의 목적이다.
올리브산에서 예수님은 “오늘 밤에 너희는 모두 나에게서 떨어져 나갈 것이다. 성경에 ‘내가 목자를 치리니 양 떼가 흩어지리라’고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배신할 제자들을 원망하고 책망하기 위함이 아니라 제자들을 양으로 바라보며 목자의 마음으로 제자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를 향한 예수님의 사랑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2004년과 2008년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성 토마스 교회 소년 합창단과 함께 내한해서 16대 칸토르인 게오르크 크리스토프 빌러의 지휘로 공연했을 때 2시간 50분에 이르는 공연을 감격에 가득 차 감상했었다. 1992년부터 2015년까지 성 토마스 교회 소년합창단을 이끈 빌러가 올해 1월 27일 세상을 떠나 고인이 되었기에 옛 추억이 다시 떠오른다.
1829년 3월 1일 베를린의 징아카데미에서 바흐의 악보를 발굴한 젊은 음악가 멘델스존의 지휘로 바흐의 사후 처음으로 이 대작을 연주한 것이 바로 바흐 음악 부활의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유명한 사실이다. 마태오 수난곡이 오늘날 공연장에서 사용되는 악보로 완성된 건 1736년 바흐 시대의 일이었다. 이 작품은 1, 2부로 나뉘는데 두 부분 사이에는 강론이 있었다. 내년에는 2부 시작할 때 등장하는 마태오 수난곡 강론을 성당에서 기획해보면 어떨까 싶다. 정말 소중한 배움과 감동이 있는 사순 시기가 되지 않을까.
※ QR코드를 스캔하시면 바흐의 ‘마태오수난곡’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3월 20일, 장일범(발렌티노, 음악평론가, 서울사이버대 성악과 겸임교수,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진행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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