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523. 부활 제7주간 화요일.
“아버지, 때가 왔습니다. 아들이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도록 아버지의 아들을 영광스럽게 해 주십시오.”(요한 17,1)
오늘부터 3일 동안은 예수님께서 다락방에서 행하신 고별사에 이어지는 고별기도를 듣게 됩니다. 흔히 이를 “대사제의 기도”라 부릅니다. 비록 이 기도에서 ‘예수님이 천상성소의 대사제이자 희생제물자체가 되셨다’는 언급은 없습니다. 그러나 본디 사제의 임무가 하늘과 땅, 하느님과 인간을 잇는 중재라 할 때, 이 기도는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믿는 이들을 위해 하느님께 간청하고 있기 때문에 ‘대사제의 기도’라 부를 수 있습니다. 특히 17장 19절의 “저는 이들을 위하여 저 자신을 거룩하게 합니다. 이들도 진리로 거룩해지게 하려는 것입니다.”라는 구절이 이를 드러내줍니다.
이 기도는 앞의 고별사의 중심 주제였던 ‘사랑’과 ‘영광’이 기도 형식으로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 가지 청원을 담고 있습니다. 곧 ‘예수님 자신을 위한 청원’(17,1-5)과 ‘제자들을 위한 청원’(17,6-19)과 ‘모든 믿는 이들을 위한 청원’(17,20-26)을 담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의 앞부분(1-5절)은 예수님께서 아버지께 아들의 영광을 청하는 기도입니다. 이는 앞의 13장 31-35절의 내용과 상통합니다. 오늘은 앞부분인 ‘예수님 자신을 위한 기도’(17,1-5)만 보고, ‘제자들을 위한 기도’에 포함되는 뒷부분(6-11절)은 내일 보겠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늘을 향하여 눈을 들어 말씀하십니다.
“아버지, 때가 왔습니다. 아들이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도록 아버지의 아들을 영광스럽게 해 주십시오.”(요한 17,1)
먼저, “때”를 알립니다. 가나안의 혼인잔치에서,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요한 2,4)라고 말씀하시던 예수님께서는, 이제 “아버지, 때가 왔습니다.” 하고 말씀하십니다. 사실, 예수님께서는 ‘고별사’의 시작인 13장 1절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아버지께로 건너가실 때가 온 것을 아셨다.”
한편, 사막에서 사탄이 “세상의 나라와 그 영광”을 주겠다고 할 때 거부하셨던 예수님께서는 이제 “아들이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도록 아버지의 아들을 영광스럽게 해 주시기를” 간청하십니다. 이제 당신의 “영광의 때”가 왔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영광’이란, <성경>에서 하느님의 존엄함과 거룩함의 광채가 현재적으로 나타나는 위업과 현현을 말합니다. 그런데 지금 그것을 간청하는 것은 지금까지 그렇게 영광이 드러나지 않아서가 아니라, 당신의 공생활을 통해서 이미 아버지를 드러내셨고, 또한 아버지께서도 당신을 아들로 드러내셨지만, 이제 그 절정의 때가 왔으니, 아들의 실체가 드러날 때, 아버지의 실체도 함께 드러내시라는 기도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그분과 자신의 실체가 드러나는 그 “때”가 모든 이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는 “때”임을 말씀하십니다. 그렇게 “예수님의 영광”은 아버지께서 당신에게 주신 권한인 “영원한 생명”을 모든 이에게 주심으로써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바로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 영원한 생명이 올 것입니다. 곧 “홀로 하느님이신 아버지를 알고, 아버지께서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요한 17,3)이 될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아버지와 예수님을 아는 것은 예수님이 보여주신 하느님을 받아들이고 그분의 말씀을 실천하는 것, 곧 사랑과 실천을 포함하는 앎을 뜻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이 기도는 그 실현이 십자가를 통해 드러나게 해 주시기를 바라는 기도, 곧 영광이 드러나고 영원한 생명이 주어지기를 간청하는 기도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아버지께서 예수님께 맡겨주신 근본적인 소명의 완성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멘.
오늘의 말·샘기도(기도나눔터)
“아버지의 아들을 영광스럽게 해 주십시오.”(요한 17,1)
주님!
당신께서는 영광을 드러내시되, 굴욕 받음으로 드러내셨습니다.
그리하여 죽음의 굴욕을 발아래에 두셨습니다.
영원한 생명을 주시어, 썩는 것을 썩지 않는 것으로 바꾸셨습니다.
아버지를 알게 하시고, 당신을 알게 하소서.
그 어떤 굴욕과 수난에서도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게 하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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