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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8주간 목요일, 성 유스티노 순교자 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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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6-01 조회수394 추천수1 반대(0) 신고

[연중 제8주간 목요일, 성 유스티노 순교자 기념] 마르 10,46ㄴ-52 

 

 “그는 겉옷을 벗어 던지고 벌떡 일어나 예수님께 갔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바르티매오’라는 인물은 대단한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다가 어떤 일을 계기로 몰락해버린 가문 사람으로, 눈까지 멀어버려 자기 힘으로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큰 길가에 주저앉아 구걸을 할 수 밖에 없는 비참한 신세입니다. 원래부터 가난한 사람보다, 떵떵거리며 잘 살다가 쫄딱 망해서 가난해진 사람이 느끼는 좌절이 더 크고, 태어날 때부터 앞을 못본 사람보다 나중에 시력을 잃어 앞을 못보게 된 사람이 겪는 절망이 더 깊다지요. 그런 상황에서 자신을 구원해 줄 수 있는 분이 주변을 지나가신다고 하니,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목이 터져라 외치는건 당연한 일입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지 모를 그 소중한 기회를 결코 놓치고 싶지 않은 간절함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가던 길을 멈추시고 제자들에게 그를 데려오라고 하신 후, 그에게 물으십니다. ‘네가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지 않으시고,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라고 물으신 데에는 분명한 이유와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저 욕망이 이끄는대로 내가 기대하고 바라는 것을 청하는게 중요치 않다는 것입니다. 내가 청하는 그분이 나에게 무엇을 해 주시기를 바라는지 그 마음과 뜻을 헤아리며 청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사실 예수님은 바르티매오가 무엇을 청할지를 다 알고 계셨습니다. 시력을 잃은 이가 모든 병을 치유하실 수 있는 분을 만났으니 시력을 되찾게 해달라고 청할거라는 것쯤은 우리도 알 수 있지요. 그럼에도 물으시는 것은 우리가 청하는 주님이 어떤 분이며, 그분께 무엇을 청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하시기 위함입니다. 그렇게 하여 욕망이 아니라 믿음이 이끄는대로 청하기를 바라시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질문에 바르티매오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즉시 답합니다. “스승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자신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았으므로 고민할 필요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 바람을 들어주실 분은 오직 주님 뿐임을 분명히 알았으므로 그 어떤 방해와 시련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주님만 바라보며 그분께 매달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중에는 신앙생활을 하고 있지만 주님께 '바람'이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마음 자세가 한편으로는 굳이 내 욕심을 주님께 억지로 강요하지 않는 겸손의 미덕에서 우러난 것일 수도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내 능력과 힘에 의지하기에 굳이 주님께 의지하지 않고 굳이 그분이 계시지 않아도 상관 없는 ‘실천적 무신론’과 같은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믿음에는 '바람'이 있어야 합니다. 그 바람을 주님 뜻에 비추어 정화해가는 과정이 바로 신앙생활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예수님께서 당신을 부르시네”라는 말을 들은 바르티매오의 반응입니다. 그는 그 즉시 겉옷을 벗어 던지고 벌떡 일어나 예수님께로 나아갔습니다. 당시에 ‘겉옷’은 낮에는 햇빛을 가릴 수 있는 천막으로, 밤에는 추위를 견딜 수 있게 하는 이불로 사용하는 중요한 재산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버리고 예수님께 나아간 겁니다. 그분께 나아가는데에, 참된 믿음에 이르는데에 장애가 되는 모든 것들을 과감하게 내려놓는 용기있는 모습입니다. 그 정도로 예수님을 굳게 믿었고, 그분을 만나 자비를 입기를 진심으로 갈망했습니다. 겉옷마저 버렸기에 이제 정말 아무 것도 가진게 없는 처지가 되었지만, 믿음과 순명으로 예수님을 소유한 이가 되었기에 그는 이제 더 이상 거지가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부유하고 행복한 사람입니다. 우리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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