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떠남의 여정_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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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원석 | 작성일2023-06-10 | 조회수351 | 추천수5 | 반대(0) 신고 |
떠남의 여정 -찬미, 봉헌, 자선, 사랑이 답이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도우심을 빌며 당신의 말씀에 희망을 거나이다."(시편119,147)
어제 피정중인 자매가 저녁 성무일도 시간을 앞둔 오후 5시쯤 갑작스럽게 집무실을 녹크했고 궁금 사항을 질문했습니다. 왜 모세가 모압 평야를 건너 약속한 땅에 가지 못하고 죽고 여호수아가 건너갔느냐는 것입니다. 모세의 처지가 너무 안됐고 하느님이 너무 야속하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답변의 요지입니다.
“모든 것은 때가 있고 각자 역할이 있는 법입니다. 영원할 수는 없습니다. 바로 여기까지가 모세의 역할인 것입니다. 모세는 겸손과 순종의 믿음으로 지혜롭게 훌륭히 자기 역할의 책임을 다했고 후계자 여호수아가 그 뒤를 잇습니다. 마치 릴레이 경주시 바톤 텃치와 같습니다. 혼자 계속 달릴 수는 없습니다. 이와 유사한 경우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안타까운 일들은 얼마나 많이 일어나고 있는지요? 하루하루 오늘 지금 여기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 사는 일이 중요합니다.”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모든 것은 사라집니다. 모든 것은 때가 있습니다. 영원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의 삶 역시 부단한 떠남의 여정입니다. 제가 여기 요셉수도원에 부임한 해가 1988년 나이 40이었는데 35년이 지난 올해 2023년에는 나이 75입니다. 35년 동안 얼마나 많은 분들이 세상을 떠났는지 모릅니다. 연미사를 드리다 보면 저보다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이들을 너무 많이 접하게 됩니다. ‘아, 이분들이 얼마나 살고 싶어했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 집니다. 이래서 사부 성 베네딕도의 말씀을 좌우명 삼아 살아가는 요즈음입니다.
“죽음을 날마다 눈앞에 환히 두라.”(성규4,47)
주변의 자연환경도 좋은 가르침과 깨우침의 교사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웠던 꽃들도 지나가면 다른 꽃들이 뒤를 잇습니다. 우리 역시 언젠가 사라질 것입니다. 요즘 수도원 주차장에는 샛노란 금계국꽃이 한창입니다. 이제 곳곳에 피어나는 야생화 금계국 꽃들입니다. 꽃말은 “상쾌한 기분”의 금계국꽃입니다. 저절로 읊어지는 시였습니다.
“자리탓하지 않는다 그 어디든 뿌리내려 활짝 꽃피어 내어 하늘 담으면 거기가 바로 꽃자리 하느님의 나라다”
그러니 내일 걱정은 내일에 맡기고, 하루하루 날마다 오늘 지금 여기 꽃자리에서 하느님의 나라를 사는 것입니다. 그러면 내일은 내일대로 잘 될 것입니다. 예수의 데레사 성녀의 ‘아무것도 너를’ 이란 성가를 기억할 것입니다. 놀랍게도 <가톨릭 교회 교리서> 227항에도 소개되고 있는 성녀의 격려 말씀입니다. 어떤 처지에서도 하느님을 신뢰할 것이며 신앙은 역경중에도 하느님을 신뢰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예수의 성녀 데레사는 이를 다음과 같이 훌륭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 무엇에도 너 흔들리지 말며 그 무엇에도 너 두려워하지 마라. 모든 것은 지나가는 것 하느님께서만 변치 않으신다. 인내는 모든 것을 얻는다. 하느님을 가진 자는 부족함이 없으니 하느님만으로 충분하다.”
오늘이 내일입니다. 잘 살아야 잘 죽습니다. 때를 아는 것이 지혜요 겸손입니다. 떠나야 할 때 잘 떠나는 삶이 아름답고 중요합니다. 하루하루 떠남의 여정에 충실할 때 마지막 떠남의 죽음도 아름다운 선종의 죽음입니다. 바로 시종여일 한결같은 “하느님 중심의 삶”이 이를 가능하게 합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은 물론이요 복음의 가난한 과부, 그리고 토빗기의 토빗과 라파엘 천사가 바로 그 모범입니다. 참으로 하느님 중심의 삶에 충실할 때 멋지고 아름다운 떠남의 연속이요 마지막 죽음입니다. 하느님 중심의 삶은 ‘자기 증여(self-giving)’의 삶입니다.
바로 이의 반대가 자기 중심의 ‘자기 섬김(self-serving)“의 삶이요, 오늘 복음의 율법학자들이요, 부자들이 그 좋은 본보기입니다. 인사받기를 좋아하고, 높은 자리와 윗자리를 즐기며, 과부들의 가산을 등쳐 먹으면서 남에게 보이려고 기도는 길게 하는 율법학자들입니다.
후안무치(厚顔無恥) 부끄러움을 모르는 무지의 사람들이요, 외적본능의 욕구대로 살아가는 허영의 사람들입니다. 외화내빈, 내적공허의 헛된 삶을 살아가는, 알맹이가 아닌 껍데기의 삶을 살아가는 본말전도의 사람들입니다. 어떻게 아름다운 떠남의 여정에, 하느님 중심의 삶에 충실할 수 있겠는지요? 저는 셋으로 요약했습니다. 찬미와 봉헌, 자선의 삶입니다.
첫째, “찬미의 삶”입니다. 사랑의 찬미입니다. 하느님 찬미가 모두입니다. 찬미의 믿음, 사랑의 찬미, 찬미의 축복, 찬미의 아름다움입니다. 하느님 찬미의 맛으로 살아가는 것이요 토빗처럼 찬미로 살다가 찬미로 끝나는 해피엔드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오늘로서 끝나는 제1독서 토빗기를 통해 배우는 찬미의 삶입니다. 놀랍게도 라파엘이 수호천사처럼 토빗과 늘 함께 했음을 봅니다. 삶은 우연이 없고 모두가 하느님의 구원섭리 안에 있음을 봅니다. 우리 하나하나와 함께 하는 수호천사도 분명있을 것입니다.
토비야가 귀가했을 때 라파엘은 은밀히 불러 “하느님께서 너희에게 잘 해 주셨으니, 살아 있는 모든 이 앞에서 그분을 찬미하고 찬양하라”고 격려합니다. 또 임무를 다 마치고 파견하신 분께 떠날 때도 토빗에게 당부합니다. “이제 이 세상에서 주님을 찬미하고 하느님을 찬양하여라. 자, 나는 나를 파견하신 분께 올라간다.”
둘째, “봉헌의 삶”입니다. 사랑의 봉헌입니다. 찬미란 말도 좋지만 봉헌이란 말도 좋습니다. 찬미의 봉헌입니다. 봉헌의 기쁨, 봉헌의 축복, 봉헌의 아름다움입니다. 하루하루가 봉헌의 삶이요 마지막 거룩한 봉헌이 죽음입니다. 바로 봉헌의 모범이 오늘 복음의 가난한 과부입니다. 예수님이 극찬하는 가난한 과부는 예수님의 봉헌의 삶을 그대로 닮았습니다. 제자들에게 봉헌 삶의 모범으로 제시하는 가난한 과부입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저 가난한 과부가 헌금 함에 돈을 넣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넣었다. 저들은 모두 풍족한 데에서 얼마씩 넣었지만. 저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진 것을, 곧 생활비를 다 넣었기 때문이다.”
정말 세상 우상들로부터 자유로운 “참사람” 하나 만나는 느낌입니다. 역설적으로 가난한 부자요, 참 자유인입니다. 참으로 최고의 살아 있는 보물인 하느님을 소유한 참부자, 참자유인 가난한 과부에게서 자기를 본 예수님입니다. 참으로 우리 봉헌의 삶을 부끄럽게, 분발하게 하는 가난한 과부입니다.
셋째, “자선의 삶”입니다. 사랑의 자선입니다. 이웃 불우한 이들에게 하는 자선은 일종의 봉헌입니다. 자선은 하늘에 보물을 쌓는 일입니다. 인색함보다 추하고 인간 품위를 손상시키는 것도 없습니다. 전통적으로 유다인들이 권하는 수행 셋이 기도, 단식, 자선입니다. 라파엘이 자기 임무를 다하고 떠날 때 토빗과 토비야 부자에게 신신당부하는 자선의 실천입니다.
“선을 행하여라. 그러면 악이 너에게 닥치지 않을 것이다. 진실한 기도와 의로운 자선은 부정한 재물보다 낫다. 금을 쌓아 두는 것보다 자선을 베푸는 것이 낫다. 자선은 사람을 죽음에서 구해 주고 모든 죄를 깨끗이 없애 준다. 자선을 베푸는 이들은 충만한 삶을 누린다. 그러나 죄와 불의를 저지르는 자들은 바로 저희 자신에게 원수가 된다.”
정말 오늘날 사람들에게 경종이 되는 금과옥조의 말씀들입니다. 부자 나라들이 사람 죽이는 무기 만드는데 쓰는 돈을 가난한 나라들에게 자선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꿈같은 생각도 해봅니다. 사랑이 답입니다. 사랑의 찬미가, 사랑의 봉헌이, 사랑의 자선이 우리를 참으로 자유로운, 참으로 부요한 참사람이 되어 살게 합니다.
아름다운 떠남의 여정에, 하느님 중심의 찬미와 봉헌, 자선의 삶이 얼마나 결정적으로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아름다운 참부자, 참자유인으로 살게 하는 찬미와 봉헌, 자선의 삶이요,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이런 하느님 중심의 삶을 살도록 도와 주십니다.
"주님 사랑 우리 위에 꿋꿋하셔라. 주님의 진실하심 영원하셔라."(시편117,2).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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