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체성혈 대축일 (서울주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지 / 방종우야고보 신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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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종업로마노 | 작성일2023-06-10 | 조회수332 | 추천수2 | 반대(0) 신고 |
[생명의말씀] 2023년 6월 11일(가해) 성체성혈 대축일 (서울주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지
방종우야고보 가톨릭대학교_성신교정
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은 힘들었던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특별히 박사 과정 동안 제가 받았던 느낌은 지식이 쌓여간다기보다 하루하루 제 자신이 소진되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온종일 쓴 논문의 양이 성에 차지 않거나 어떻게 논리를 전개해야 할지 막혀버리면 정말이지 눈앞이 캄캄하고 숨이 막혔답니다. 무엇보다 저를 힘들게 한 것은 이 과정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 같다는 막막함이었어요. 한마디로 그 시기의 저는 하루하루 불행하고 불안했지요. 그 과정을 거쳐 공부를 마치게 됐을 때 저는 알 수 있었어요. 저 혼자만의 힘으로 해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요. 제 자신이 보잘것없어 보일 때, 주저앉고 싶을 때 저를 지탱해 준 사람들이 있었거든요. 어머니의 기도와 신자분들의 응원, 함께 공부한 동료들의 마음까지 수많은 도움이 있었답니다. 만약 이러한 사랑이 없었다면 저는 결코 공부를 마칠 수 없었을 거예요. 여기서 질문을 하나 드리고 싶어요. 사람은 과연 무엇으로 살까요? 당연히 우리는 밥을 먹고 살죠. 하지만 그 밥은 단순히 쌀로 지은 음식물이 아니에요. 거기에는 농부들의 땀과 정성이 깃들어 있고, 벼가 자라도록 햇빛을 비추시고 때맞추어 비를 내려 주신 하느님의 사랑이 스며들어 있답니다. 더구나 그 쌀을 매만지며 깨끗이 씻고 불에 앉힌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이 스며들어 있지요. 우리는 한 그릇의 밥으로 나날이 생명을 이어 가고 있지만 그것은 한 그릇의 밥이 아니라, 한 그릇의 사랑과 정성이예요.
결정적으로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은, 특별히 죽음 이후에도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은 바로 하느님의 사랑이랍니다. 하느님은 죄로 죽어 가는 우리를 구원하시려 당신의 아들을 이 세상에 보내셨어요. 그렇게 이 세상에 오신 예수님은, 희생과 사랑으로 우리의 밥이 되고자 하셨어요. 그래서 미사 안에서 주님의 몸을 모시는 사람은 다시 살게 되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말씀하세요.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살을 먹지 않고 그의 피를 마시지 않으면, 너희는 생명을 얻지 못한다. 그러나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 나도 마지막 날에 그를 다시 살릴 것이다.” 성체성사의 신비는 바로 이것이랍니다. 한 조각의 밀떡이 어떻게 그리스도의 몸이 되는지, 한 잔의 포도주가 어떻게 그리스도의 피가 되는지 우리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어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하느님의 사랑이 그것을 가능하게 하고, 그 사랑을 먹는 사람은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을 간직하면서 산다는 것이에요. 그렇게 우리는 오늘도 내일도 하느님의 사랑으로 살아갑니다.
방종우 야고보 신부 |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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