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801. 성 알폰소 마리아 데 리구오리 주교 학자 기념일.
“너희가 가라지를 거두어 내다가 밀까지 함께 뽑을지도 모른다.”(마태 13,29)
우리는 때로는 이 세상에 판치고 있는 폭력과 불의와 죄악을 보면서 곧잘 흥분하고 분노하기도 합니다. 보고만 계시는 하느님이 실망스럽고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또 교회와 우리 공동체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정과 부조리와 모순을 보면서 경악하고 환멸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자신 안에 꿈틀거리고 있는 미움과 무관심과 온갖 악한 생각들을 보면서 심히 좌절하기도 합니다. 사실, 공동체 안에도, 우리 자신 안에도, 밀과 가라지가 같이 자라고 있습니다. 어찌해야 할지, 참으로 당혹스럽고 망막할 때가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은 “밀밭의 가라지 비유를 자세히 설명해주십시오.”(마태 13,36)라고 청합니다. 왜냐하면, 밭에 가라지가 있는 것을 발견한 종들이 집주인에게 “저희가 가서 그것들을 거두어 낼까요?”(마태 13,28)하고 묻자, 주인이는 말했습니다.
“아니다. 너희가 가라지를 거두어 내다가 밀까지 함께 뽑을지도 모른다. 수확 때까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어라.”(마태 13,29-30)
이는 그 속에서 당신이 주님이심을 깨닫고, 주님이신 당신께 의탁하라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동행하시는 주님을 믿으라는 말씀입니다. 바로 그 속에서 주님 사랑하기를 배우라는 말씀입니다.
한편, 예수님께서는 “세상의 끝날”(마태 13,40)이 되면, 밀과 가라지의 분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곧 가라지와 밀을 거두어드릴 ‘때’가 따로 있으며, 또한 그것들을 거두어드리는 일을 맡은 ‘일꾼’이 따로 있다는 말씀입니다. 이는 밀과 가라지에 대한 주권이 바로 당신께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동시에, “세상의 끝날”이 될 때까지는 밀과 가라지가 함께 자라도록 허용되었다는 말해줍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밀과 가라지가 함께 자라는 것 속에서 부르심을 받았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앞의 파견설교에서,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마태 10,16)고 하시고,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마태 10,22)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니, 악이 세상 안에 함께 자라고 있다고 해도, 우리가 그 악에 젖어 들거나 협조하거나 방조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단지 악을 피하고 선이신 하느님께로 나아가라는 것만도 아닙니다. 비록 우리가 악을 뿌리 뽑을 수는 없다 할지라도 악이 번지지 못하도록 막아야 하고, 오히려 악으로부터 선을 보호해야 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악이 더 이상 활개 치지 못하도록 싸워야 할 일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지 마라.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러 왔다.”(마태 10,34)
오늘의 말·샘기도(기도나눔터)
“밀밭의 가라지”(마태 13,36)
주님!
이 세상에 폭력과 불의와 죄악이 판을 쳐도,
내 안에 미움과 무관심과 온갖 나쁜 생각들이 꿈틀거려도,
비록 가라지가 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어둠이 빛을 가리지 못하고 당신의 사랑을 가로막을 수 없게 하소서.
오늘도 믿음과 희망과 사랑으로 꺼지지 않는 빛을 밝혀 사랑의 밀밭을 밝히게 하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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