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 바르나바 사도 기념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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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4-06-11 | 조회수117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성 바르나바 사도 기념일] 사도 11,21ㄴ-26; 13,1-3 “바르나바는 착한 사람이며 성령과 믿음이 충만한 사람이었다. 그리하여 수많은 사람이 주님께 인도되었다.”
오늘은 예수님으로부터 직접 뽑히진 않았지만 교회 공동체를 위한 희생과 헌신을 통해, 주님의 뜻과 가르침을 충실히 실천하는 삶을 통해 다른 이들로부터 ‘사도’로 인정받은 바르나바 사도를 기념하는 축일입니다. 오늘 제1독서인 사도행전에서는 그에 대해 이렇게 소개하고 있지요.
“바르나바는 착한 사람이며 성령과 믿음이 충만한 사람이었다. 그리하여 수많은 사람이 주님께 인도되었다.”
그런데 ‘바르나바’라는 이름은 배반자 유다 이스카리옷을 대신할 사도를 선발하는 사도행전 1장에서 이미 등장했던 바 있습니다. 거기서 마티아와 함께 최종 단계까지 올라갔다가 아깝게 탈락했던 것이 바로 바르나바인 겁니다. ‘열 두 사도’라는 영예로운 직책을 얻지 못한 것이 인간적으로 매우 안타깝고 속상했을텐데도, 바르나바는 그에 개의치 않고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제자로써 삶으로 복음을 선포하는 자기 소명에 끝까지 충실히 임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는 특히 “성령과 믿음이 충만한 사람”이었습니다. 아직 교회 공동체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상황에서 직면한 어려운 문제 상황들을 그는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지혜롭게 해결했습니다. 또한 고통과 시련 앞에서도 불평 불만을 늘어놓지 않고 하느님의 섭리와 주님의 이끄심을 굳게 믿으며 당당하게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런 그의 모습에서 주님의 현존을 깊이 느꼈고, 그가 믿는 하느님이라면 자기도 믿어봐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바르나바를 중심으로 하여 자라난 믿음의 공동체는 처음으로 ‘그리스도인’이라고 불리게 됩니다. 아직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잘 모르던 이들이 바르나바와 그 공동체의 삶에서 나타난 복음적 덕행을 보고 감화되어 ‘저들이야말로 예수 그리스도를 진정으로 믿고 따르는 그분의 제자’라고 인정하기에 이른 겁니다. 우리도 그렇게 되어야겠지요. 말로만 주님을 믿는다고 할 게 아니라, 삶과 행동으로 그분을 따름으로써 우리에게서 예수님의 모습이 보이게, 그리스도의 향기가 드러나게 해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그러기 위해 우리가 지켜야 할 ‘제자도’(弟子道)에 대해 알려주시지요.
첫째, 아무 것도 지니지 말라고 하십니다. 나에게 꼭 필요하고 정말 중요한 것은 하느님께서 채워주신다는 굳은 믿음을 행동으로 증거하라는 것입니다. 이는 또한 모든 것을 주님께 내어맡기는 의탁의 자세이기도 합니다. 둘째, 받은 것을 움켜쥐고 혼자 누리려 하지 말고 거저 내어주고 나누라고 하십니다. 이를 통해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더 나아가 그분 뜻에 따르는 순명의 태도가 드러나게 되지요. 셋째로 받는 이의 반응을 생각하지 말고 먼저 평화를 빌어주라고 하십니다. ‘믿는 구석’이 없는 세상 사람들은 손해볼까봐 두려워서 무엇이든 먼저 받은 다음에야 주고 거절당할까봐 두려워서 좋은 것을 베풀 때에도 소극적이 되지만, 하느님께서 더 크고 귀한 보상으로 돌려주실 것을 굳게 믿는 그리스도인은 과감하게 먼저 내어줄 줄 알고, 당당하게 먼저 베풀 줄 압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런 우리 모습을 통해 하느님을, 그분과 함께 해야만 누릴 수 있는 참된 기쁨을 알게 될 겁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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