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10주간 수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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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4-06-12 | 조회수165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연중 제10주간 수요일] 마태 5,17-19 "스스로 지키고 또 그렇게 가르치는 이는 하늘 나라에서 큰사람이라고 불릴 것이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격언은 진리라고 하기에 좀 부족한 점이 있습니다. 어떤 사실을 아는 것 자체가 늘 힘이 되는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내가 머리로 아는 것을 제대로 활용할 때 나를 성장시키고 발전시키는 힘이 됩니다. 스스로에게 무엇이 부족한지를 알면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스스로가 무언가 잘못하고 있음을 알면 그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겁니다. 그러지 않고 머리로 알고만 있으면 그 앎이 나에게 오히려 병이 됩니다. ‘이걸 빨리 채워야 하는데’, ‘이걸 빨리 고쳐야 하는데’하는 생각이 마음의 짐이 되고 죄책감이 되며 나중엔 이상과 현실 사이의 큰 괴리감 때문에 절망과 자괴감에 빠지게 되는 것이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율법이나 예언서의 완성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도 그런 차원입니다. 물론 예언서들에 나오는 하느님 말씀을 실천하는 것이, 613개나 되는 수많은 율법 규정들을 철저히 따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것이 어렵다고 해서 그 어려움을 핑계로 제대로 실천도 해보려 하지 않고 이런 저런 단점들을 들먹이며 아예 없애 버리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지요. 그렇게 하는건 예수님이 하고자 하신 일이 아니며,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모습도 아닙니다. 예언의 말씀은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구원으로 가는 올바른 길로 이끄시려고 당신 예언자들을 통해 전해주신 안내 메시지입니다. 또한 계명은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들로 하여금 죄에 대한 불안함이나 두려움에 빠지지 않고 당신 사랑에만 집중하며 기쁘게 살 수 있게 하시려고 건네주신 이정표이지요. 그런데 그 계명을 더 완벽하게 지키겠다는 열의로 만든 수많은 율법 규정이 그 근본 정신을 가려버렸습니다. 수백 가지나 되는 조항들 하나 하나를 글자 그대로 지키기에도 버거워 정작 하느님 사랑 안에 제대로 머무르지 못하고 방황하게 된 겁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런 점을 바로잡으려고 하십니다. 쉽고 편한 것을 찾는 우리는, 그래서 나태함과 게으름에 쉽게 빠지는 우리는, 하기 싫거나 어려운 것이 있으면 단점을 찾아내고 핑계를 대며 그것을 아예 안하려는 태도를 보이지만, 그래서는 우리 삶에 발전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율법이나 예언서를 폐지하지 않고 ‘완성’하겠다고 하십니다. 완성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은 바로잡고 부족한 부분은 채워 완전하게 만든다는 의미입니다. 인간에 대한 존중과 자비에서 우러나는 융통성으로 경직되어 있는 법과 규정을 보완하듯, 당신 목숨까지 내어주시는 헌신적인 사랑으로 율법의 부족함을 채우심으로써 사람들이 그 율법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하느님의 크고 깊은 사랑을 느끼게 하시겠다는 겁니다.
그렇습니다. 율법과 계명은 우리의 실천을 통해서, 정확히 말하면 마지못해 억지로가 아니라 스스로 실천하는 모습을 통해서 완성됩니다. 말씀과 계명을 주신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분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으려는 경외심으로 기꺼이 실천할 때, 우리는 그 안에 숨은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며 참된 기쁨을 누립니다. 또한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해 준비하신 놀라운 섭리를 알아봄으로써 그분께서 나를 사랑하시고 구원하신다는 굳은 확신 속에서 참된 행복까지 함께 누리게 되지요. 그러니 하느님 말씀과 계명을 스스로 지키는 ‘큰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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