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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보이지 않는데서 나오는 믿음 / 성 토마스 사도 축일(요한 20,2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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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4-07-02 조회수87 추천수1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보이지 않는데서 나오는 믿음 / 성 토마스 사도 축일(요한 20,24-29)

 

토마스 사도는 예수님의 열두 제자 가운데서 유일하게 쌍둥이라고도 불렸다. 그러나 그가 형인지 동생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갈릴래아 출신의 어부였던 그는 매우 강직한 그분 제자인 것만 같다. 이는 예수님을 해치려 했던 베타니아로 그분께서 다시 가시려 하자, 이를 만류하던 다른 이들과 달리, 그는 우리도 스승님과 함께 죽으러 갑시다.”라는 말에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부활하신 예수님을 뵙지 못한 그는, 어느 누구보다도 강한 불신도 보였다. “나는 그분 손에 있는 못 자국을 직접 보고는 그 자국에 내 손가락을 직접 넣어 보고, 또 그분 옆구리에 내 손을 직접 넣어 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를 못하겠소.” 정말 강한 불신이다. 그러나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 앞에 나타나시자 주저하지 않고는,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이라고 고백하였다. 이런 토마스 사도는 인도에서 선교 활동을 하다가, 순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실 어디에나 쉬는 교우들이 좀 있다. 한때는 물불가리지 않고 매달렸지만, 무슨 연유인지 식었단다. 원인이 참 많기도 할 게다. 신앙의 맛을 느끼지 못해, 힘겹고 바빠서, 가까운 교우와의 뜻하지 않게 벌어진 상처로, 심심찮게는 성직자들의 차가움에 성당 발길을 잠시 돌렸다나. 그것들을 인정하자. 믿지 않는 것과 믿지 못하는 건 어쩜 다르니까. 단지 믿지 못할 뿐, 계기가 되면 본당 찾아서 다시 나올 이들일 게다. 믿음은 의심과 절망을 넘어선 것이기에 그렇다.

 

어쩌면 가끔은 크게 무너져 보아야 큰 깨달음을 얻는단다. 물론 살면서 순간순간 작은 깨달음을 얻기도 할 게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큰 변화 없는 일상에서 깊은 깨달음을 얻기가 힘들 수도. 의심 또한 이와 비슷하리라. 크게 의심하면 크게 깨닫는단다. 큰 의심을 거치지 않은 믿음은 비바람에 무너지기 십상이다. 의심은 믿음의 길목인 다리라나. 토마스가 이처럼 돌아선 것은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애정 때문일 게다. 그를 위한 스승님의 반짝 출현에 크게 감동했기에.

 

신앙생활은 이렇게 어떤 은총을 깊이 깨달을 때에 크게 다가온다. 그렇게 해서 예전과는 달리 더 알찬 신앙으로 나아간다. 살다 보면 냉담은 가끔은 현실일 수도. 그러기에 주위에서 누군가가 쉬겠다며 본당에 얼굴 내밀지 않아도, 참된 믿음의 과정이라며 좀 참자. 또 가족 중에 쉬는 이가 있어도 토마스를 생각하자. 토마스가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제자들의 말을 믿지 않은 것은, 그들 말이 자기의 생각과 판단 기준으로 믿을 만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리라.

 

그런 토마스에게 나타나신 예수님께서는 못과 창에 찔리신 당신 손과 발을 보이셨다. 그도 우리처럼 내 눈으로 보아야 믿는 믿음의 기초 과정을 따르는 것뿐일 테니까. 사실 믿음은 우리가 바라는 것들의 보증이며 보이지 않는 실체들의 확증이다. 믿음으로써 우리는 세상이 하느님 말씀으로 마련되었고, 따라서 보이는 것이 보이지 않는 것에서 나왔음을 깨닫는 이들이다.

 

주님께서는 오늘도 말씀하신다. “너는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이는 행복하다.” 비록 보이지 않는 주님이지만, 그럴수록 그분께 대한 신뢰와 사랑을 가득 간직해야만 하겠다. 어쩜 이 말씀은 당신을 직접 보지 못하였지만 당신을 따르는 이들, 제자들의 증언을 듣고 당신을 따라나선 이들이야말로 참으로 대단한 믿음을 지닌 이들이고 행복한 이들임을 강조하시는 거다. 나아가 예수님의 직제자가 아닌 우리 모두도 더 행복한 이들임을 강조하시는 것일 게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토마스,쌍둥이,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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