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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십자가 현양 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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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9-14 조회수44 추천수4 반대(0) 신고

[성 십자가 현양 축일] 요한 3,13-17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들어 올린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들어 올려져야 한다. 믿는 사람은 누구나 사람의 아들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

 

 

 

 

오늘은 성 십자가 현양 축일입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 죄를 속죄하시려고 몸소 지신 십자가를 묵상하고 경배하는 날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경배해야 할 대상은 나무로 만든 물질적 십자가가 아닙니다. 십자가 자체는 죄인을 사형시키는 도구에 불과할 뿐 그 자체로는 우리 구원과 아무런 상관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 십자가에 우리 주 그리스도께서 달리셨기에, 십자가에 달린 채 우리가 당신을 바라볼 수 있도록 높이 들어 올려지셨기에, 십자가가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겁니다.

 

우리는 보통 ‘십자가’라고 하면 예수님께서 걸으신 ‘십자가의 길’과 연관하여 신앙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고통과 시련을 떠올립니다. 물론 십자가를 이처럼 고통이나 시련과 연결지어 생각하는 건 잘못은 아닙니다. 하지만 십자가라는 표징에서 그저 고통과 시련 밖에 발견하지 못한다면 그건 큰 문제가 됩니다. 십자가 안에서 구원과 생명에 대한 희망을 발견할 수 있어야, 십자가를 통해 드러나는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깨달을 수 있어야, 비로소 십자가는 나를 하느님 나라로 건너가게 도와주는 다리가 되어주는 겁니다. 그런 점을 오늘 제1독서인 민수기에서 찾아볼 수 있지요.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느님과 모세에게 불평합니다. 자기들을 이집트에서 구해주신 그분의 은혜는 금새 잊어버리고 지금 당장 배고프고 목마르다고 금새 죽기라도 할 것처럼 난리법석을 떠는 것이지요. 하느님은 그런 그들에게 맹독을 지닌 ‘불뱀’들을 보내셨고 그 뱀에 불려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게 됩니다. 그러자 비로소 하느님의 보살핌과 도움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자기들의 비천한 처지를 깨달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느님께 살려달라고 매달립니다. 이에 하느님은 모세에게 구리로 뱀을 만들어 기둥 위에 달아 놓으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불뱀에 물린 이들이 그 뱀을 쳐다보자 죽을 위기를 넘기고 목숨을 건지게 됩니다.

 

그럼 불뱀에 물린 이스라엘 백성들이 목숨을 건진 건 그 구리뱀 덕분일까요? 아닙니다. 그 구리뱀은 하느님께서 보내신 불뱀을 상징합니다. 또한 ‘뱀’이라는 표징은 하느님의 뜻을 거슬러 죄를 짓게 만드는 원인, 즉 인간의 교만과 편견, 조급함과 두려움 등을 상징합니다. 그러니 ‘구리뱀’은 어느 모로 봐도 구원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지요. 그러나 하느님께서 그것을 만들라고 하셨기에, 불뱀에 물렸을 때 그것을 쳐다보면 살리라고 약속하셨기에,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는 그것이 생명과 구원을 상징하는 표상이 됩니다. 단, 두려움과 걱정을 극복하고 하느님의 약속을 신뢰하는 굳은 믿음의 눈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전제가 붙지요.

 

예수님은 당신이 그 구리뱀의 역할을 하겠다고 하십니다. 당신이 십자가에 못 박힌 채 높이 들어올려지면, 사람들이 당신을 바라봄으로써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된다고 하십니다. 단, 이 때도 믿음의 눈으로 그분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전제가 붙습니다. 하느님께서 당신 아드님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게 아니라 아들을 통해 구원하시기 위해서라는 믿음,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너무도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신다는 믿음입니다. 그런 굳은 믿음을 지니고 있어야만, 신앙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고통과 시련이라는 십자가를 마주하게 될 때에 더러운 영이 그랬던 것처럼 ‘저희를 괴롭히시려고 그러시냐’고 불평 불만을 쏟아내지도, ‘저희를 멸망시키려고 그러시느냐’고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왜곡하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십자가를 바라보며 하느님의 크신 사랑과 자비를 되새기고 힘을 얻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가 십자가를 통해 절망에서 희망으로 건너갈 수 있어야 십자가가 우리 구원의 표징이 됩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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