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25주간 금요일, 성 빈첸시오 드 폴 사제 기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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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4-09-27 | 조회수149 | 추천수2 | 반대(0) 신고 |
[연중 제25주간 금요일, 성 빈첸시오 드 폴 사제 기념] 루카 9,18-22 “하느님의 그리스도이십니다.”
어제 복음에서는 헤로데 영주가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확인하려고 들었다면,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직접 사람들이 당신의 신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물으십니다. “군중이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이에 제자들은 군중들이 예수님을 두고 목 베여 죽은 세례자 요한이 다시 살아난 거라고, 엘리야 예언자가 그리스도께서 오실 길을 미리 준비하기 위해 돌아온 거라고, 모세가 자기 뒤에 올거라 미리 예고했던 ‘그 예언자’가 이스라엘 백성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 등장한 거라고, 사람들 사이에 떠도는 소문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어쩌면 제자들은 군중들이 자기 스승님을 그렇게 대단한 존재로 여기는 것이 꽤나 자랑스러웠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군중들의 생각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습니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고 그 손이 가리키는 달은 보고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기들을 구원하시기 위해 그리스도께서 오셨는데, 그분의 참모습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리스도의 길을 준비하는 예언자의 모습만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수제자인 베드로만은 자기가 보아야 할 것을 제대로보고 있었습니다.
“하느님의 그리스도이십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이야말로 하느님의 아드님이시자 세상을 구원하실 그리스도이심을 제대로 알아본 겁니다. 그가 세상의 기준으로 예수님을 바라보지 않고 하느님의 눈으로,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예수님을 바라보았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느님의”라는 부분입니다. 어떤 말 뒤에 ‘의’가 붙으면 소유격이 됩니다. 즉 예수님이 하느님의 소유라는 뜻입니다. 근동지방에서는 누군가의 아들을 가리킬 때 ‘아들’이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하기보다, 그 아버지의 이름에 소유격 접미사를 붙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들이 그 아버지께 속한 존재임을 드러내기 위해서입니다. 아버지께 속한 존재이니 아버지의 뜻을 받아들이고 따르는 게 당연히 수행해야 할 ‘소명’으로 주어지지요. 예수님도 그 사실을 잘 알고 계셨습니다. 하느님의 소유인 당신은 세상을 구원하시려는 그분의 뜻에 철저히 순명하고 따라야 함을.
그런 점을 알려주시기 위해 당신의 신원에 대한 말씀 뒤에, 당신이 겪으셔야 할 수난을 예고하시는 말씀을 덧붙이신 겁니다. 어쩔 수 없어서, 마지못해서 사람들에게 배척을 받고 고통과 죽음을 당하는 슬프고 괴로운 일을 떠맡으신다는게 아닙니다. 자신의 희생을 통해 온 세상을 구원하시는 것이 하느님 아버지의 뜻임을 아시기에 사랑에서 우러나는 순명으로 기꺼이 따르시겠다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그런 예수님의 순명과 희생을 어여삐 보시어 죽음에서 다시 살리시고 영광을 누리게 하실 것임을 믿고 희망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도 그런 믿음과 희망을 지니기를 바라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리도 예수님처럼 ‘하느님의 소유’가 되어야겠습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그리스도라고, 주님이라고 부르는 것에는 그런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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