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 보니파시오 주교 순교자 기념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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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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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06-04 | 조회수155 | 추천수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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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있었습니다. 대통령으로 선출된 후보에게는 축하의 박수를 보냅니다. 아쉽게도 낙선한 후보에게는 위로의 박수를 보냅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도 단일화’는 큰 쟁점이 되었습니다. 선거가 있을 때면 불리한 쪽이 비슷한 이념을 가진 상대와 힘을 합쳐서 더 강한 상대와 맞서려는 움직임이 일어납니다. 그러나 아무리 단일화가 중요하다고 해도, 절차를 무시하거나 명분이 부족하면 결국 실패하고 맙니다. 민주당은 경선을 통해서 대통령 후보를 선출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힘은 경선을 통해서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였지만, 민주당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단일화’를 추진했습니다. 당 지도부는 무리한 단일화를 하려 했고, 선출된 대통령 후보는 반발하여 법적으로 가는 상황까지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름다운 단일화가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당원들은 절차를 무시하고, 명분이 없는 단일화를 반대하였고, 결국 단일화는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이 세상의 정치만이 아니라, 교회와 사회, 심지어 우리의 마음 안에서도 ‘단일화’, 즉 '하나 됨'은 중요한 과제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오늘 복음에서 간절히 기도하십니다. “아버지, 아버지가 제 안에 계시고 제가 아버지 안에 있듯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 기도는 단순히 조직의 통합이나 표면적 화합을 넘어, 사랑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치를 바라는 것입니다. 세상은 언제나 분열을 겪고, 경쟁하고, 갈등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공동체는 거꾸로 가야 합니다. 사랑 안에서 하나가 되고, 그 일치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이 드러나야 합니다. 오늘 복음과 함께 묵상할 수 있는 말씀은 요한복음 12장에 나오는 이 구절입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진정한 하나 됨은 자신을 고집하는 상태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진정한 정체성은 고정된 동일성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기를 넘어서 타자와 대화하며 형성되는 이야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나를 주장하기 전에, 나를 넘어서야 하나 됨이 가능합니다. 밀알 하나가 자기 자신만 고집한다면, 결코 생명을 나눌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오늘 예수님의 기도는 단순한 조화나 통일성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아버지께서 저를 보내셨고, 그들을 사랑하셨듯이” 세상이 하느님의 사랑을 알게 되기를 원하셨습니다. 이 사랑의 ‘명분’이야말로 진정한 단일화의 조건입니다. 오늘은 성 보니파시오 주교 순교자 기념일입니다. 그는 영국 출신이었지만, 독일에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바쳤습니다. 그는 ‘교회의 통합과 하나 됨’을 위해 로마 교황청과 협력했고, 그 과정에서 목숨을 바쳤습니다. 그에게 있어서 단일화는 정치적 계산이 아닌, 복음의 일치, 교회의 보편성을 위한 '사랑의 희생'이었습니다. 그의 죽음은 밀알처럼 땅에 떨어졌고, 유럽 전역에 복음의 열매를 맺게 했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도, 교회도, 가정도, 하나 되는 것이 어렵습니다. 내가 옳다 주장하고, 상대는 틀렸다고 단정하며, 각자의 진영으로 흩어집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공동체는 십자가의 사랑 안에서만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오늘도 말씀하십니다. “용기를 내어라. 너는 예루살렘에서 나를 위하여 증언한 것처럼 로마에서도 증언해야 한다.” 이 말씀은 ‘네가 지금까지 해온 길을 멈추지 말고, 끝까지 하나 됨을 증언하라’는 뜻입니다. 명분 없는 연합은 무너지고, 사랑 없는 일치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그러나 십자가의 사랑 위에 세워진 일치는 절대로 흔들리지 않습니다. 오늘도 우리 각자 안에서, 가정에서, 본당 공동체 안에서, 예수님처럼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아버지, 우리가 하나가 되게 하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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