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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수철 프란치스코신부님 -약하나 강한 참 인간 질그릇 속의 보물; 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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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선우경 쪽지 캡슐 작성일2025-06-13 조회수65 추천수6 반대(0) 신고

2025.6.13.금요일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 사제 학자(1195-1231) 기념일

 

 

2코린4,7-15 마태5,27-32

 

 

약하나 강한 참 인간

질그릇 속의 보물; 예수님의 생명

 

 

"하느님, 내 마음을 깨끗이 만드시고,

 내 안에 굳은 정신을 새롭게 하소서."(시편51,12)

 

오늘은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 사제 학자 기념일입니다. 참으로 약한 듯 하나 강한 참 인간이 이런 성인입니다. 성인들은 우리 삶의 좌표이자 우리 삶의 이상입니다. 꼭 비범한 성인만 아니라 평범한 성인도 많습니다. 좌우간 우리 믿는 이들은 누구나 성인이 되라 불림받고 있습니다. 이런면에서 우리 삶은 주님을 닮아가는 성화의 여정이요, 서로간 “성화되십시오!” 인사함이 좋을 듯 합니다. 불자들은 “성불하십시오!” 인사합니다. 

 

파도바의 안토니오 생애가 참 파란만장합니다. 포르투칼의 신분 높은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성인은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5세때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에 입회하였고, 후에 성 십자가 참사 수도회로 옮겨 1219년 수도사제가 됩니다. 다음해 모로코에서 순교한 프란치스코회 다섯 성해(聖骸)가 성 십자가 성당에 도착했고, 그 순간 그는 순교자가 되고 싶다는 열망에 지체없이 프란치스코회로 옮깁니다. 

 

곧 모로코 선교를 지원하여 갔으나 병으로 포르투칼로 돌아오는 도중 폭풍우로 인해 항로를 벗어나 시칠리아 섬에 당도합니다. 시칠리아에서 토스카나로 도착하자 병약한 처지를 고려하여 포를리 인근의 산파울로 시골에 있는 은둔소로 배속된 그는 기도와 공부로 자신을 충전시킵니다. 

 

1222년 프란치스코회 사제서품식에서 계획에 없던 설교를 하게 되었고 청중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습니다. 프란치스코회의 설립자인 아시시의 프란치스코는 그를 만나 그의 됨됨이와 실력을 인정하고 프란치스코회원들의 교육을 안토니오에게 위임합니다. 이후 그는 설교로 명성을 떨치니 당대에 그를 능가할 설교자는 없었다 합니다. 

 

1228년 프란치스코회 대표 자격으로 교황 그레고리오 9세을 알현하였고, 여기서의 설교로 ‘성경의 보물창고’라는 칭송을 받았으며 그레고리오 9세 교황은 안토니오를 ‘신약의 방주’라 불렀습니다. 또 사람들은 가공할 설교 능력에 혀를 내두르며 ‘이단자를 부수는 망치’, ‘살아 있는 언약의 궤’등으로 불렀습니다. 전설에 의하면 안토니오는 바다 물고기들에게도 설교했고 물고기들은 그의 말을 경청했다고 합니다.

 

1231년 36세가 되던 해, 열병이 난 안토니오는 요양을 위해 피에로로 갔다가 낫지 않자 파도바로 오는 도중 들린 가난한 글라라 수녀원에서 6월13일 바로 오늘 선종합니다. 선종 다음해 1232년 5월30일 교황 그레고리오 9세는 안토니오를 시성하니 사후 가장 짧은 시간내에 성인이 됩니다. 

 

1946년 교황 비오 12세에 의해 교회학자로 선포된 성인은 리스본, 파도바, 포르투칼, 브라질은 물론 분실물의 수호성인이기도 합니다. 안토니오 성인의 불꽃같은 치열한 삶을 통해 깨닫는바 오늘 제1독서 코린토 후서의 바오로 사도의 말씀입니다. 약한 인간들인 우리를 고무하여 용기백배 밸절불굴의 강한 인간들로 만듭니다.

 

“우리는 이 보물을 질그릇 속에 지니고 있습니다. 그 엄청난 힘은 하느님의 것으로, 우리에게서 나오는 힘이 아님을 보여주시려는 것입니다. 우리는 온갖 환난을 겪어도 억눌리지 않고, 난관에 부딪혀도 절망하지 않으며, 박해를 받아도 버림받지 않고, 맞아 쓰러져도 멸망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예수님의 죽음을 몸에 짊어지고 다니지만, 우리 몸에서는 예수님의 생명도 드러납니다.”

 

바로 질그릇 속의 보물은 예수님의 생명이자 사랑이요 예수님의 영임을 깨닫습니다. 이런 예수님과 하나될수록 참인간으로서 참나의 실현에 약한듯하나 강한 인간입니다. 아주 예전 힘든 시기 외우며 자신을 추스렸던 불암산 바위산의 <푸른솔>을 보며 쓴 제 자작시가 생각납니다.

 

“절망하지 말자

절망과 가난의 바위틈바구니

집요히 뿌리내려 희망을 피어내는 푸른 솔들

온갖 풍상고초에도 언제나 한결같다

 

하늘 그리움은 이처럼 강하고 질긴 것

언젠가 죽어 사라질 때까지 

계속되는 뿌리내림이다

한마디 말도 없이 침묵중에!

 

삶이 고달플 때 바위틈에 뿌리내린 푸른솔들을 보라

하늘위 푸른솔만 보지말고 아래 바위틈 좌우사방으로 파고드는 

부드럽고 강인한 뿌리들을 보라

말없는 말을 들으라

 

그리고 그 누구에도, 그 어떤 환경에도 절망하지 마라

잘 보면 절망의 바위에도 그 틈들이 있나니

그 틈들에 뿌리내려 희망으로 힘차게 자라나는

푸른솔이 될지니”<1998.7.18.>

 

지금 여기 요셉수도원에 정주하면서 27년전 썼던 시의 감회가 새롭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한 불암산 바위산의 푸른솔들입니다. 바로 바오로 사도나 안토니오는 물론 모든 성인들이 하느님의 푸른솔들입니다. 질그릇 같은 연약한 존재들이지만 예수님의 생명이란 참보물과 하나되어 살아가는 참사람들입니다. 바로 이런 진리가 오늘 복음에 대한 답을 줍니다.

 

오늘은 어제에 이어 간음하지 마라는 대 주제하에 “남의 아내를 탐내지 마라”에 이어 “아내를 소박하지 마라”는 두 개의 대당명제가 소개됩니다. 예수님은 네 오른 눈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빼어 던져 버리고, 네 오른손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던져 버리라 합니다. 말그대로 하면 천국에는 온통 애꾸눈에 손하나밖에 없는 불구자들 천지일 것입니다. 

 

그러니 말그대로가 아닌 죄의 결과가 얼마나 엄중한지 깨달아 알라는 충격요법적 표현의 말씀입니다. 살인의 뿌리에는 분노나 멸시가 또아리틀고 있고, 간음의 뿌리에는 음욕이 또아리틀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간절히 바라시는 바, 간음하지 말라는 것이요, 부부간의 항구한 신뢰와 사랑의 일치입니다. 

 

특히 남의 아내를 탐내거나 불륜은 절대 있어선 안됩니다. 예수님은 부득이 이혼도 묵인하지만 웬만하며 끝까지 살기를 바라십니다. 참으로 고도의 사목적 배려가 필요한 이혼입니다. 판단의 잣대는 십계명이나 혼인법이 아니라 복음이요 예수님의 마음입니다. 저명한 혼인법 교수의 “교회법을 총동원하여 살 사람은 살게 해주고, 못 살 사람은 헤어지게 해주라”는 조언도 잊지 못합니다. 

 

바로 이 모두의 궁극적 해결책을 바오로 사도가 제시합니다. 은총의 도움을 받아 분투의 노력으로 질그릇 속의 보물인 예수님의 생명을 내 생명과 일치시킬 때, 살인의 뿌리인 분노나 멸시는, 간음의 뿌리인 음욕은 정화되고 끊임없는 내적활력도 샘솟을 것입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제자리 정주의 삶에도 지칠줄 모르는 초록빛 열정의 푸른솔로 살게 하는 예수님의 생명이자 사랑입니다. 날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를 끊임없이 정화하고 성화하여 한결같은 초록빛 열정의 푸른솔로 살게 하십니다.

 

"주 내 하느님은 나의 힘이시며,

 나를 사슴처럼 달리게 하시고,

 산 봉우리를 나를 걷게 하시나이다."(하바3,19). 아멘.

 

 

성 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 

이수철 프란치스코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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