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하느님께서 높이 보아주시는 순수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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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선환 | 작성일1999-09-26 | 조회수2,884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연중 제26주간 월요일 <하느님께서 높이 보아주시는 순수함> 즈가 8,1-8; 루가 9,46-50
예수님의 제자들이 예수님 앞에서 자기들의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누가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할 것이냐에 대한 문제였던 것이죠. 예수님께서는
지상에서의 생을 마감하시는 예언을 하셨는데, 이제 제자들은 그 말씀을
듣고도 아직도 세상일에만 골몰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모든 일을
아시고도 어린이 하나를 불러 앞에 세우시고 "누구든지 내 이름으로 이런
어린이를 받아들이면 곧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며 또 나를 받아들이면 나를
보내신 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너희 중에서 제일 낮은 사람이 제일 높은
사람이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어른의 눈으로 바라보는 어린이는 어떤 모습일까요? 아직 모든 것에
서툴고, 말기를 알아듣지 못하고, 자기밖에 몰라서 고집이 세지만, 그
어린이는 어른들이 하는 일을 곧이곧대로 믿고 받아들일 줄 아는, 그래서
아무런 의심이 없고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간직한 존재라는 사실에서,
예수님의 말씀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때로는 세상일에서조차 그냥 눈감고 지나가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일일이 따지고 지나가다간 나 자체가 괴로워지고, 사람들이
싫어지고, 세상에 대한 환멸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아무생각
없이 그 자체로 모든 것이 없었던 듯이, 모든 것을 잊은 듯이 생활하는
것이 더 나을 때가 있습니다. 마음속에 오래 담아두지 못하고 금새
방긋거리며 웃을 줄 아는 어린이의 마음이 더 그리울 때가 있는 것입니다.
엄마가 "에이, 찌찌!" 라고 하면 그것에 손을 대지 않습니다. 처음 본
신부에게 "신부님이야-, 인사해!" 그러면 "방긋거리며 눈웃음을 칩니다."
엄마의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을 걸고 아무런 의심 없이 믿고 따르는
아이의 마음처럼, 우리들에게는 그것이 왜 찌찌인지를 굳이 묻지 않고,
왜 인사를 해야만 하는지를 구태여 묻지 않아도 될만한 순수한 마음이
정녕 사라진 것일까요?
욥이라고 하는 성서의 인물은 자신에게 닥쳐온 가족들의 참변, 재산의
손실, 건강의 상실 앞에서도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았던
성인이었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하느님만을 믿고 섬겼던 욥의 마음처럼,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따르는 결과 때문에 하느님을 욕하는 어리석음보다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다 하는 짓을
함으로써 마음에 더러운 때를 묻히기보다는 세상이 바보라고 부를지라도
순수함을 지니며 살아갈 수 있는 그런 나날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럴 때 비록 우리들의 모습은 낮아 보일지라도 하느님께서는 그런 우리의
순수함을 높이 보아주시지 않을까요? 아멘.
선환 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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