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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가 부어드릴 향유는(성주간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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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지종 쪽지 캡슐 작성일2001-04-10 조회수1,874 추천수11 반대(0) 신고

 

 

2001, 4, 9 성주간 월요일 복음 묵상

 

이사야 42,1-7 (야훼의 종의 첫째 노래)

요한 12,1-11 (예수께 향유를 부은 마리아)

 

 

"이것은 내 장례일을 위하여 하는 일이니 이 여자 일에 참견하지 말라. 가난한 사람들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지만 나는 언제나 함께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당신을 배반할 유다가 값비싼 향유를 부은 마리아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여기자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이 말씀은 예수님께서 당신과 가난한 사람들을 비교하고 가난한 사람들보다 당신께 관심을 가지라고 하신 것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또한 이 말씀은 이웃 사랑이 곧 하느님 사랑이요, 가난한 형제 하나에게 한 것이 당신에게 한 것이라는 가르침과 상반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대학시절 참 이해하기 어렵고 때로는 당혹스럽기까지 했던 말씀 중의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불만을 터뜨리는 유다의 불손한 의도와 연결시켜 생각해보면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의 참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오늘 말씀과 같은 내용을 전하고 있는 마태오나 마르코와는 달리 요한은 유다의 분손한 의도에 대하여 말하고 있습니다.

 

"유다는 가난한 사람들을 생각해서가 아니라 그가 도둑이어서 이런 말을 한 것이다. 그는 돈주머니를 맡아 가지고 거기 들어 있는 것을 늘 꺼내 쓰곤 하였다."

 

유다는 마리아가 예수님께 발라드린 값비싼 향유를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어야 마땅하다고 말하면서 마치 가난한 사람들을 생각하는 것처럼 위장하지만, 이는 실제로 자신의 위선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요한은 알려주고 있습니다. 유다는 돈 몇 푼에 예수님을 팔아넘긴 사람으로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에 일정 정도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러한 유다가 예수님의 임박한 죽음 앞에서 가난한 사람을 볼모로 삼아 예수님의 영광스런 십자가의 길을 추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유다의 위선에 대한 질책의 말씀은 많은 반성을 하게 만듭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의 길을 따라 걸어가야 할 우리가 이 길에 뿌려야 할 향유를 궁색한 변명을 대면서 아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 변명은 다름 아니라 가난하고 고통받는 형제와 함께 한다는 미명하에 자신의 외적인 의로움과 명예를 들어높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겉으로는 이웃 형제를 위하여 자신을 내어놓는다고 하면서 이를 통해서 인정받기를 원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경계해야 할 불손한 의도가 아닐까요?

 

이제 예수님의 영광된 십자가의 길, 우리가 걸어가는 주님의 길에 뿌려야 할 향유에 대하여 생각해 봅니다. 오늘 독서의 [야훼의 종의 첫째 노래]는 이 향유에 대하여, 마리아가 예수님께 뿌려드린 향유처럼 예수님과 함께 걸어가는 십자가의 길에 뿌려져야 할 우리의 삶에 대하여 알려주고 있는듯 합니다.

 

"주님인 내가 너를 부른다. 정의를 세우라고 너를 부른다. 내가 너의 손을 잡아 지켜주고 너를 세워 인류와 계약을 맺으니 너는 만국의 빛이 되어라. 소경들의 눈을 열어주고 감옥에 묶여있는 이들을 풀어주고 캄캄한 영창 속에 갇혀있는 이들을 놓아주어라."

 

값진 순 나르드 향유 한 근은 마리아가 당신의 길을 떠나시는 예수님께 드릴 수 있는 유일하면서도 가장 값진 것이었으며, 어찌 보면 이러한 행동을 통해서 마리아는 예수님의 십자가 길에 온전히 동참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우리 역시 주님께서 가시는 길에 [우리의 삶]이라는 향유를 부어드러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의 삶이 주님의 주검 위에 뿌려질 향유가 되기 위해서 비천한 이들과 함께 어울렸던 예수님의 삶을 따라야 할 것이며, 이는 고통받는 가난한 이웃들과 함께 할 때에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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