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죽은 사람이 입던 옷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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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2-04-14 | 조회수2,717 | 추천수26 | 반대(0) 신고 |
4월 15일 부활 제 3주간 월요일-요한복음 6장 22-29절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영원히 살게 하며 없어지지 않을 양식을 얻도록 힘써라."
<죽은 사람이 입던 옷을>
오늘은 저희 살레시오회에 큰 경사가 있었습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오늘(14일) 세 분의 살레시오 수도자들을 복자품에 올리셨습니다.
오늘 오후 저는 이 기쁜 날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면서 그 중에 한 분이신 아르테미테 자티 수사님(1880-1951, 아르헨티나 태생, 평생을 병원 사도직에 종사)의 전기를 읽었습니다("자티" 피터 라핀 저, 이선비 역, 돈보스코미디어).
책장을 넘길수록 자티 수사님의 감동적인 생애는 저를 참으로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죽은 사람이 입던 옷을-
쉰 살이 된 자티 수사는 옷에는 도통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양복은 몇 십 년을 입었던지 색을 분간하기 힘들었고 자켓은 다리지 않았으며, 바지는 무릎이 불룩 나왔습니다. 그는 늘 헌옷을 입고 있었는데, 차림새로 보아 그 옷들은 대개 남이 입다 버린 것들이었습니다. 언젠가 그가 죽은 사람의 옷을 입은 적이 있었는데, 너무 낡은데다 냄새까지 나서 사람들이 불평하자 자티 수사는 "이 냄새야말로 덕행의 향기입니다"라고 대꾸했습니다.
-우리 구세주께 드릴 바지-
병세가 너무 깊어 다른 병원으로부터 거절당한 중환자나 병원비가 없어 어깨를 축 늘어뜨린 환자들이 찾아올 때마다 자티수사는 병원 직원에게 이렇게 묻곤 했습니다. "우리 병원을 축복해 주러 오신 착한 목자께 내드릴 방이 있나요?" 자티 수사는 또 자주 "우리 구세주께 드릴 코트나 바지가 있습니까?" 라고 묻기도 했습니다. "우리 구세주"란 한 평생 말쑥한 코트나 바지를 한번도 입어보지 못했던 가난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자신의 침대까지도 양보를-
한번은 병세가 위급한 인디언이 병원에 왔는데 병상은 물론 간이 침대마저 없었습니다. 자티 수사는 그를 자기 방으로 데려가 침대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너무나 미안했던 그 인디언은 담요를 하나 가져오더니 바닥에 펴고 거기에 누웠습니다. 작은 실랑이가 오가던 중 자티 수사는 바닥에 누운 인디언을 안아다가 침대에 눕혔습니다. 그러자 인디언은 자티 수사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는 이내 잠이 들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영원히 살게 하며 없어지지 않을 양식을 얻도록 힘써라"고 권고하십니다.
자티 수사님의 전기를 다 읽고 책을 덮는 순간 "영원한 생명의 향기"가 한동안 저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지닌 모든 것을 병상에 누워있는 환자들을 위해 온전히 봉헌한 향기로운 삶이 자티 수사님의 삶이었습니다.
사심 없는 봉사와 철저한 헌신, 겸손한 미소를 통해 오늘 시복 되신 자티 수사님의 삶이 모든 의료인들의 귀감이 되도록 기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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