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잊어보려고 잊어보려고 | |||
---|---|---|---|---|
이전글 | 더 좋은 것! | |||
다음글 | 올바른 마음을 갖는다는 것 | |||
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2-10-10 | 조회수2,054 | 추천수30 | 반대(0) 신고 |
10월 11일 연중 제27주간 금요일-루가 11장 15-26절
"나는 하느님의 능력으로 마귀를 쫓아내고 있다. 그렇다면 하느님의 나라는 이미 너희에게 와 있는 것이다."
<잊어보려고 잊어보려고>
한평생 오직 남편만을 바라보며 극진히 사랑했던 부인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하느님께서 그 남편을 먼저 불러 가셨습니다. 홀로 남은 부인에게 떠난 남편의 빈자리는 너무도 컸습니다.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하나 뚫린 부인은 살 의욕조차 잃어버린 듯 했습니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의 큰 사건이 부인에게 생기고 말았습니다. 남편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부인은 "결코 보지 말아야 할 그 무엇"을 보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 후 부인에게 남겨진 하루하루는 그야말로 지옥이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감쪽같이 나를 속이고..." 부인은 배신감에 치를 떨었습니다. 3년 가까운 세월, 잊어보려고 잊어보려고 전국산천을 다 떠돌았지만 배신감은 여전히 씻어지지 않았습니다. 생각할수록 억울하고 세상 헛살았다는 생각에 미칠 것만 같았습니다.
겨우겨우 연명하며 살다가 거의 죽음직전에까지 도달한 부인에게 어느 날 실낱같은 빛줄기가 스며들었습니다. 목숨만 붙어있다 뿐이지 거의 죽은 사람과도 같은 부인의 모습이 너무도 안타까웠던 이웃 교우가 부인을 한 사제에게로 인도했습니다.
수 십 번도 넘는 면담을 통해 꼭꼭 잠겨있던 자매님 마음의 빗장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용서"란 말만 들어도 치를 떨며 고개를 젓던 부인이었는데, 한 세미나를 통해서 이젠 용서란 말도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 부인이 살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내려놓음", "버림", "포기"였습니다.
끝까지 용서하지 않는 곳에 기쁘고 행복한 신앙생활은 결코 기대할 수 없습니다. 끝까지 내려놓지 않는 사람에게 영원한 생명도 하느님 나라도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하느님 나라는 이미 우리 가운데 와 있습니다. 마음 한번 바꾸면 이 세상이 다 하느님 나라입니다. "그래 이왕 용서하는 것, 화끈하게 한번 용서해주자"는 마음, 그 마음에서 하느님 나라가 시작됩니다.
이 시대 아주 지독한 악령, 악령 중에 악령이 한 마리 있는데, "저 사람만은 결코 용서하지 못하겠다"는 마음을 부추기는 악령입니다. 완고함입니다. 변화되지 않는 마음입니다. 진정한 그리스도인은 용서하는 사람입니다. 또한 변화되기를 원하는 사람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대단한 그 무엇을 요구하지 않으십니다. "아버지를 떠나서 고집부리며 산 지난 삶, 돌아보니 다 부질없고 틀린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아버지께 죄를 지었습니다."는 겸손한 고백을 원하십니다. 그런 겸손한 고백을 바탕으로 우리는 진정으로 용서하는 삶, 나 자신이라는 사슬을 과감하게 끊는 자유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