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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탐욕으로 흐려진 거울을 닦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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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3-06-03 조회수3,144 추천수38 반대(0) 신고

6월 4일 부활 제7주간 수요일-요한 17장 11-19절

 

"이 사람들이 진리를 위하여 몸을 바치는 사람들이 되게 하여 주십시오."

 

 

<탐욕으로 흐려진 거울을 닦으며>

 

진리(眞理)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인가에 대해서 한번 묵상해봤습니다.

 

묵상의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진리를 위해 목숨을 바침은 결국 진리 중의 진리이자 최종적인 진리이신 예수님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것은 또한 예수님의 행동노선, 가치관, 생활양식, 사고방식을 따라 산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이 세상에서 최상위의 가치에 둠으로서 그 이외의 다른 모든 것들을 부차적인 것으로 여김을 의미합니다.

 

몇 년 전 불교계가 총무원장 스님 선출 과정에서 종단세력이 분열되어 심각한 위기상황에 놓였던 적이 있었습니다. 관계자들은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풀지 못해 다들 안타까워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당시 지리산 자락 한 암자에 계셨던 스님 한 분이 "오늘의 이 부끄럽고 안타까운 현실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내 책임"이라면서 단식을 시작하셨습니다. 탐욕으로 흐려진 불교계 진리의 거울을 닦기 위해 한 목숨 바치셨던 스님 말씀의 요지는 이런 것이었습니다.

 

"옛 스님들은 몸을 부지하기 위해 최소한으로 먹었습니다. 맛으로 먹지 않았습니다. 우리 모든 불자들은 천박한 자본주의 소비문화에서 벗어난 청정한 수행자의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당시 한달 가까이 곡기를 끊었던 스님들은 참회와 성찰을 거듭한 끝에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염원을 가다듬어 발표했었지요.

 

1. 바람직한 승가로 거듭나가 위해 자아성찰과 자기 개혁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2. 늘 아끼고 지족(知足)하는 수행인의 자세를 잊지 않는다.

3. 이웃의 고통을 나누어 짊어지는 보살의 서원을 세운다.

4. 비폭력 문화를 고양하고 자비와 연기의 정신을 살려내는 운동을 적극 전개한다.

 

수행자들의 삶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겸손하게 "첫 마음"으로 돌아가는 순간입니다. 비록 오늘 부족하고 허물 많은 삶을 살아도 거듭 털어내면서 하느님과의 첫 사랑에로 돌아가려는 노력이 결국 진리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데 있어서 기초작업입니다.

 

첫 사랑이 아름답듯이 우리들이 지녔던 첫 마음은 참으로 순수하고 고결합니다. 그러기에 세상의 역경 앞에 시달리고 지칠 때마다 우리가 돌아가야 할 곳은 바로 첫 마음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부단히 첫 마음에로 돌아가는 일, 첫 마음을 회복하는 일, 그런 노력이야말로 진리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데 있어서 기반을 닦는 일입니다.

 

참된 신앙인은 비록 오늘 고통스러워도 기존의 틀을 거듭거듭 털고 일어섭니다. 참된 신앙인은 비록 지난 세월 하느님과 이웃 앞에 크나큰 과오가 있다 하더라도 하느님 자비를 굳게 믿으며 늘 첫 마음에로 돌아가 기쁘게 새 출발합니다.

 

용기를 내십시오. 그리고 다시 한번 하느님과의 첫 만남에로, 여러분들께서 한때 지니셨던 그 순수했던 첫 마음으로 돌아가 새 출발하십시오.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첫 마음을 항구히 지니셨기에 마침내 세상을 이기시고 부활하실 수 있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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