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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쉽지만 모두 내려놓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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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3-07-10 조회수3,330 추천수41 반대(0) 신고

7월 10일 연중 제 14주간 목요일-마태오 10장 7-15절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아쉽지만 모두 내려놓거라>

 

어제는 외국에 선교사로 나가 있는 한 후배 신부님의 어머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아차!"하는 생각과 함께 그간 전화 연락 한번 드리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앞섰습니다. 어머님 말씀의 요지는 아들이 보고 싶어 죽겠는데, 오랫동안 전화도 편지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요즘 기력도 많이 떨어지고 세상 뜰 날도 많이 남지 않은 것 같은데, 죽기 전에 아들 얼굴 한번이라도 봐야될 것이 아니냐고 하셨습니다. 밥은 제대로 먹고사는지, 어디 아픈 데는 없는지 궁금해 죽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그 아드님은 통신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오지 중에 오지로 파견되어 사목 중이기에 한번 연락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입니다. 아들 신부를 향한 어머님의 그 안쓰러운 마음이 제 마음을 참으로 안타깝게 했습니다.

 

자식들이 대여섯 명쯤이나 되면 그중 한둘이 사제나 수도자가 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겠지요. 단 하나밖에 없는 자식을 교회에 봉헌한 부모님들은 한편으로 기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가슴 미어지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이왕 하느님께 봉헌된 삶, 최선을 다하라"고 기쁘게 보내주시고 축복해주시지요.

 

한 수도자의 어머님께서 하신 말씀은 언제나 제 기억 속에 강한 여운을 남기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제가 낳았다고 해서 제 자식들을 제 소유로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단 한번도 자식 덕보겠다고 생각한 적도 없지요. 제 자식들은 하느님께서 점지해주셨고, 하느님께서 제게 잠시 맡겨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선물을 다시 하느님께로 되돌려드리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아닙니까?"

 

이 말씀을 하신 어머님, 참으로 아름다운 마음, 성숙한 신앙의 소유자이십니다. 무엇보다도 그 어머님의 마음은 고귀하기 그지없는 하느님의 마음입니다.

 

짧은 이 한 세상 살아가면서 우리의 손을 거쳐가는 모든 것들, 재물, 소유물, 땅, 자식들, 배우자조차도 내 소유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사랑하고 잘 가꾸라고 보내주신 선물로 여기면 좋겠습니다.

 

삼라만상 모든 만물들은 함부로 남용하고 부려먹기만 하지말고 잘 보존하고 사용하며, 때로 상전 모시듯이 잘 모시라고, 그래서 언젠가 다시 하느님께 다시 봉헌하라고 우리에게 잠시 맡겨주신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재물들을 바라볼 때, 자식들을 바라볼 때 "이것은 분명히 내 것인데", "저것 내가 했는데", "저 아이는 내 배로 난 자식인데", "내가 애지중지하며 키운 딸인데" 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세상! 길어야 80년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이 세상은 빠르게 사라져만 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소유했던 그 모든 것들, 그 아리따운 인연들, 아쉽지만 언젠가 다 내려놓고 떠나가야 합니다.

 

아무리 우리에게 소중한 것들이라 할지라도 죽고 나서 떠메고 갈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우리가 죽을 때 함께 따라죽지는 않을 것입니다.

 

결국 우리 영혼에게 남게 되는 것은 우리가 이 세상 살아가는 동안 가난한 이웃들에게 베풀었던 자비입니다. 불쌍한 사람들에게 기울였던 우리의 봉사입니다. 고통 당하는 이웃들에게 건넸던 위로의 말 한마디입니다.

 

우리가 언젠가 이 세상을 뜨고 나서 은행에 잔고 많이 남기고 죽었다고 세상 사람들이 절대로 칭찬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느님 앞에서도 마찬가지겠습니다.

 

우리가 죽고 나서 자식들에게 유산을 많이 그리고 골고루 잘 나누어주었다고 사람들이 칭찬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도 마찬가지겠습니다.

 

길이길이 칭찬 받을 영혼은 어렵고 고통받는 이웃들을 향해 아름다운 나눔과 봉사를 실천한 바로 그 사람들의 영혼일 것입니다. 그 사랑스런 영혼들의 이름은 하느님 나라의 장부에 정확히 기록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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