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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우진 쪽지 캡슐 작성일2003-08-28 조회수1,422 추천수19 반대(0) 신고

오랫만에 서품 동기 신부를 찾았다.

저녁 기도와 식사를 함께 한 후,

언제나 그랬듯이 가벼운 산보를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이번 산보는 조금은 다른 곳이었다.

몇달 뒤에는 도시 재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사라지게될

독거 노인과 가난한 가정들이 모여있는 골목이었다.

 

두사람이 팔짱을 끼고 걷기에도 좁은 골목,

이 동네 전체 사람들이 사용하는 공동 화장실,

두서너평 정도의 공간에 들어서있는 방과 부엌,

녹이 슬고 슬어서 쓸어질 듯, 떨어져 나갈 듯 붙어있는 창문들,

곳곳에 싸여 있는 쓰레기들,

멍한 눈을 한채 앉아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들,

 

돌아오는 길에 나의 뇌리에는

이런 저런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그중에 나의 뇌리에 깊이 파고든 생각이 있었다면

어느 영성작가의 글처럼

내가 지은 죄를 보속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었다.

 

내가 무의식적으로, 합리화시키며 저질렀던 수많은 죄들을

이들이 나를 대신하여 보속하고 있다는 생각에 머리가 숙여졌다.

 

오늘은 세례자 요한의 수난을 기념하는 날이다.

예수님의 수난을 앞당겨서 미리 보여주고, 그분의 수난에 동참하는 의미를

기념하는 뜻도 있겠으나

지금 이순간에도 또다른 모습으로 수난당하고 있는 세례자 요한들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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